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의 중심시(市)에 있는 광장을 아고라(agora)라고 불렀다. '모이다'라는 의미의 아고라조에서 비롯된 아고라는 시민들이 모여 정치와 사상 등을 토론하는 일상생활의 중심지였다. 우리는 월드컵 기간에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 광장 곳곳에 모여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소리높여 외쳤다. 그러나 그 열기 넘치던 광장에서 국가중대사에 대한 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넓은 광장에서 수십만명이 모여 현재 진행중인 한미FTA협상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실현불가능한 너무나 발칙한 상상인가.
필자는 경제에 다소 문외한 이어서 한미FTA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득실 전망을 내놓을 수 없다. 그리고 한미FTA협상에 대한 갖가지 분석과 전망, 찬반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마당에 하나의 주장을 더 얹어 놓을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상식선에서 이번 협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 세계 경제에 시장개방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우리 경제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개방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대기업을 비롯한 수출의존 기업들은 이번 FTA협상이 이른 시일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는 이들 기업들만의 것이 아니다. 영세한 상공인도 있고, 농어업인도 있고, 동네 조그만 슈퍼 주인도 있다. 또 단순히 기업이윤만 추구해서 안되는 공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은 경제개혁과 서비스 확대 등이라는 명목으로 이 모든 것을 개방할 태세다. 경제대국인 미국마저도 시장 개방에 대비해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대책을 모두 갖춰 놓았다고 한다. 또 정부는 한미FTA협정의 득실을 정확히 분석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고 당위성만 내세우고 있다. 협상과정도 일체 비공개에 붙이고 있다. 협상과정 비공개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미국에서 진행됐던 1차협상 결과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지만 1차 협상문안은 영어로만 돼 있다고 한다. 국가간 협정은 항시 양국의 언어로 문안을 작성, 보관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번 협정은 아예 영어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1백년전 우리나라는 강제로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통해 세계 경제와 처음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 이후 일제식민지라는 결과를 빚었다. 당시와는 시대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물리적 위력에 의한 식민지가 되지는 않겠지만 한미FTA체결로 대미의존도가 심화돼 경제적 속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 경제 체재하에서는 한미FTA협정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도로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대기업들은 더욱 더욱 살찌게 되고 영세사업자나 도시 서민, 농어민 등은 경제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FTA협정 체결이전에 우리 경제의 약한 부분에 대한 보완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한미FTA협상은 체결 시기와 합의 내용도 문제이거니와 체결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절차와 방법, 책임소재, 협상당사국간 불평등 관계 등에서 총체적 문제인 것이다.
이런 황당한 교육행정… (0) | 2006.07.21 |
---|---|
욕설과 박치기 (0) | 2006.07.14 |
부자(富者)들의 철학 (0) | 2006.07.04 |
멘토링 (0) | 2006.07.03 |
월드컵과 태극전사 (0) | 2006.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