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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루되다/버물다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8. 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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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대법원장이 몇몇 판사 등이 법조 비리와 연루된 점을 국민에게 사과했네요.
오늘은 '연루'를 알아보겠습니다. 연루(連累/緣累)는, "남이 저지른 범죄에 연관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관련'으로 바꿔서 쓰도록 권하는 말입니다. '연루'는 일본말(連累, れんるい[렝로이])에서 온 말입니다.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연구해서  이런 단어는 일본말 찌꺼기이니 쓰지 말자고 권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그런 단어는 언론에서 나서서 쓰지 않도록 권하고, 언론부터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를 짚어보죠.
첫째, 국립국어원에서 순화용어를 만드는 것은 참 잘하는 일입니다. 그 순화 용어를 만들 때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면 어떨까요? '연루'를 순화한답시고 '관련(關聯/關連)'으로 바꾸지 말고, "못된 일이나 범죄에 관계하다"는 뜻의 순 우리말인 '버물다'를 권하면 어떨까요? 그게 더 낫지 않나요? 순 우리말이 있는데 그걸 두고 한자 '관련'을 쓸 까닭이 뭘까요?
'버물다'가 버젓이 우리 사전에 올라있는데...
http://www.korean.go.kr/uw/dispatcher/bbs/search/dictionary/dic_sear_detail.appl?att1=%EB%B2%84%EB%AC%BC%EB%8B%A4&count=0&pcount=0&attr_oid=@51602|3|4&old_in=0
둘째,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말을 다듬는 일은 언론에서 나서야 합니다. 언론의 힘을 언론이 잘 알고 있잖아요.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 데 열을 올리지 말고, 일본말 찌꺼기를 우리말로 바꾸는 데도 힘을 써야 합니다. '비리에 연루된 판사'가 아니라 '비리에 버물린 판사'라고 내 보내는 언론사가 단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123 ^^*

 

※우리말 편지를 보시고 한 분이 답장을 주셔서 여기에 소개합니다.
" '순화'라는 말부터 순화해야겠습니다. '순화'는 한자를 섞어 글을 쓰던 때 쓰던 낱말이 아니던가요? 한글만으로 글을 쓰는 지금, 아직도 이런 말이 버젓이 돌아다니다니….  '순화'는 "'순'하게 하다"는 말이고, '순'은 '순수하다'는 말이니, '순화'는 "순수하게 하다"는 말이 되지요. 그런데 '순'을 많은 사람이 모릅니다.
토박이말이 아니라 한자말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국어 순화' 관련 글을 보면, 반드시 '국어를 다듬는 일'이라고 따로 설명을 넣습니다. 이 얼마나 배꼽 잡고 웃을 짓입니까?
'순화'를 '다듬기'로 '순화'하지 않고 아직도 쓰는 국립국어원이니, '연루'를 다듬는답시고 '관련'이라는 한자말을 내보이는 짓을 하는 게지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그들도 자신들이 다듬은 말을 쓰지 않는다는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자말이 얼마나 많은지…. 토박이말로 할 수 있는데도 굳이 한자말로 쓰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먼저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많이 배운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예사로 하지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배운 사람이 알고 있는 낱말을 모든 사람이 알기를 바라고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혹시 못 배운 사람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설마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그들이 쓴 글을 보면 자꾸 의심이 듭니다. 그들은 많이 배운 사람에게는 다듬지 않은, 어려운 말을 그냥 씁니다. 제가 보기엔 제가 보기엔 많이 배운 사람에게 훨씬 더 큰 문제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잘못된 것을 많이 배워 왔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많이 배운 사람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못 배운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까?
못 배운 사람들은 '순화'니 뭐니 하는 거 몰라도 됩니다. 배운 사람에게 다시 잘 가르치면 저절로 못 배운 사람도 잘 쓰게 마련이지요. 배운 사람이 방송, 신문, 책에서 잘 쓰면, 못 배운 사람은 그걸 보고 따라하게 되지요. 그러므로 국립국어원이 정말로 싸워야 할 상대는 방송, 신문, 책을 주무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못 배운 사람이 조금 잘못 쓰는 말을 트집잡는 일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럴 시간과 열정과 힘이 있다면, 배운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싸워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람들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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