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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실거리다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10. 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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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에 '당돌한 직장후배 대처방법'이라는 꼭지의 글이 있더군요. 예전에는 무조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굽실거렸는데 지금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오히려 윗사람이 아랫사람 눈치를 봐야 한다니…. 항상 굽실거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를 갖추는 것은 중요한데….
굽실거리다와 굽신거리다….  어떤 게 맞죠? 몸(身)을 구부리는 것이니까 '굽신'이 맞겠죠?
아니요.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굽신'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고개나 허리를 자꾸 가볍게 구푸렸다 펴다."나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자꾸 비굴하게 행동하다."는 뜻의 낱말은 '굽신'이 아니라 '굽실'입니다.
굽실거리다, 굽실대다처럼 쓰죠.
내친 김에, '곱실'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굽실'이 아니라 '곱실'. 또 '꼽실'은요?
굽실, 곱실, 꼽실 모두 같은 뜻입니다. 다만, 꼽실은 곱실에 견줘 센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면 꼽실보다 더 센 느낌의 말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설마 꼽실꼽실?
맞습니다. 꼽실꼽실, 곱실곱실, 굽실굽실 모두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입니다. 한번 쓸 때 보다 더 센 느낌으로 말하고 싶을 때 쓰시면 됩니다.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좀스럽고 비굴하게 곱실거릴 필요는 없지만, 윗사람을 보자마자 먼저 꼽실 인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보태기) "고개나 허리를 자꾸 가볍게 구푸렸다 펴다."에서  '구푸리다'는 "몸을 앞으로 구부리다."는 뜻입니다. '구부리다'는 "한쪽으로 구붓하게 굽히다"는 뜻이고, '구붓하다'는 "약간 굽은 듯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말123

 

배추꼬랑지 아시죠? 배추 뿌리 말이에요. 실은 이 낱말은 '배추꼬랑이'가 표준말입니다. 배추 뿌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것은 한 낱말은 아니고, 배추 뿌리를 뜻하는 한 낱말은 '배추꼬랑이'입니다. 흔히 배추꼬랑지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배추가 나온 김에 몇 가지 더 알아볼게요. 배추를 세는 단위가 뭐죠? '포기'? '폭'? 우스겟소리로,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쓴다는 말이 있죠? 맞습니다. 배추를 세는 단위는 '포기'입니다. 흔히, 한 폭, 두 폭 하지만, 한 포기, 두 포기가 맞습니다.
무청이 뭔지 아세요? "무의 잎과 줄기"를 뜻합니다. '뭇줄거리'라고도 하죠? 시래기는 "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인데,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쓰면 참 좋죠.
우거지는,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를 말합니다.
우리말123

 

  추석이 지난지 한참 됐습니다만 뒤늦게 한마디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즐거운 추석 또는 즐거운 명절이 되라고 인사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사람은 착한 사람이나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 멋진 사람은 될 지언정, '즐거운 추석'이나 '즐거운 명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즐거운 추석'이 사람인가요? 식물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무슨 미생물인가요? 사람은 추석을 즐겁게 보내거나, 재밌게 누릴 수는 있지만, '즐거운 추석'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즐거운 추석 되세요.'는 영 어색한 말입니다. 굳이 따지면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되세요.'라는 명령형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런 것은 아마도 영어 번역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는
'추석(명절)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석(명절)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추석(명절) 즐겁게 보내세요.'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즐거운 여행 되세요', '즐거운 관람 되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즐거운 쇼핑 되세요', '좋은 시간 되세요', '안전한 귀성길 되세요', '푸근한 한가위 되세요' 따위도 모두 틀린 겁니다. 사람이 여행, 관람, 하루, 쇼핑, 시간 따위가 될 수 없잖아요. 사람이 즐겁게 여행하고, 재밌게 보고, 행복하게 보내고, 즐겁게 시장을 보는 겁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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