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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를 만난 지

마감된 자료-------/어린왕자(제주어)

by 자청비 2006. 12. 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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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 읽는 '어린 왕자(두린 왕자)'⑦


<한라일보 인터넷판>

<7>

왕자를 만난 지 5일째 되는 날, 난 역시 양 덕분에 왕자의 삶에 얽힌 비밀을 혼가지 더 알게 되었다. 가이는 마치 오랫동안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왔던 고민거리라도 되는 거추룩 나신디 갑자기 물어왔다.

“양이 호끌락헌 낭을 먹으민 고장도 먹음니까?”

“양은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막 먹주게.”

“가시가 이신 고장도 마씸?”

“기여게 가시가 이신 고장도 먹주게.”

“경허민 가시는 고장에 무슨 소용이 있쑤과?”

난 그걸 모르고 이섰다. 난 그때 꽉 조여진 비형기 엔진의 볼트를 풀젠 정신 어시 애쓰고 이섰다. 경허고 난 기계 고장이 하도 심각허게 여겨져 부난 막 불안에 휩싸이게 되멍, 마실 물도 거의 다 어서지는 최악의 경우가 염려되었다.

“가시는 고장에 무슨 소용이 있쑤과?”

왕자는 일단 질문을 허민 결코 포기하는 경우가 어섰다. 난 볼트가 하도 신경 쓰여 부난 아무렇게나 고라부렀다.

“가시는 아무데도 소용이 없쪄. 고장들이 괜히 심술부리고 싶엉 가시를 몸에 달고 있을 뿐이여게!”

“기꽈?”

경헌디 좀시 가만히 있당이네 가이는 원망스러운 듯이 나신디 이추룩 날카롭게 잘랑 고랐다.

“난 아주방 안 믿으쿠다! 고장들은 연약허고. 또 순진헙니다. 고장들은 여부룩 서부룩 지녁네 냥으로 지네들을 보호허젠 허주마씸. 가이네는 가시를 가지고 이시민, 지녁네가 무서운 고장이 된다고 믿고 있수다……”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또 그 때 난 ‘이 볼트가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안허민 망치로 두들경 빼부러사데켜‘이추룩 생각허고 이섰다. 경헌디 왕자가 나 이런 생각을 방해허기 시작허였다.

“경허난 아주방 생각으로는 고장들이……”

“이제, 고만! 고만! 난 아무 것도 모르켜! 난 그냥 생각난 대로 아무렇게나 고른 거 뿐이여게! 난 중요헌 일을 허고 있쪄게!”

가이는 두렁청한 표정으로 나를 뵈래었다.

“중요헌 일마씸?”

가이는 지름 따문에 시꺼멍허게 된 손으로 망치를 잡앙이네, 가이 눈에는 막 흉측해 뵈는 물체 위에 몸을 숙영 작업하고 이신 나 셔늉을 뵈래보멍 이섰다.

“아주방은 작산 어른덜추룩 말허고 있꾸나 예!“

나가 요 말을 들엉보난 호끔 창피허였다. 경헌디 가이는 그것에 개의치 안행 말을 계속 고랐다.

“아주방은 몬딱 다 헷갈렴수다…… 몬딱 다 잘 못 알고 있어마씸.”

가이는 몹시 화를 내고 이섰다. 가이는 노랑헌 머리자락을 보름에 휘날리고 이섰다.

“난 놏이 시뻘겅헌 신사가 살고 이신 벨을 알고 있수다. 그 사름은 고장 내음새를 맡아본 적도 없고양, 벨을 뵈래어 본 적도 없수다. 경허고 그 사름은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없고양, 계산허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헌 일이 없수다. 경해부난 그 사름은 하루종일 아주방추룩 ‘난 중요헌 사름이여! 난 중요헌 사름이여!’ 이추룩 되풀이허멍 말허고 있수다. 경허고 가이는 그것 따문에 잘난추룩 행동허고 있수다. 경헌디 그건양 사름이 아니우다. 가이는 버섯이라 마씸!”



“무시거라고?”

“버섯이라 마씸!”

왕자는 이번에는 부애 낭 놏이 창백허였다.

“고장들은 수백만 년 전부터 가시를 만들어 왔수다. 경헌디 양들이 고장을 먹었던 것도 수백만 년 전부터였수다. 경헌디도 고장들이 아무런 소용도어신 가시를 만들젠 무사경 수고허는지를 이해허는 것이 중요헌 일이 아니랜 말이꽈? 양허고 고장들의 싸움이 중요허지 않다고 마씸? 이것은 놏짝이 시뻘겅헌 신사의 계산보다 중요허지도 않고, 심각허지도 안허댄 말이꽈? 경허고 만일 나 벨 마랑 아무디도 어신 시상에서 단 호나뿐인 고장을 나가 알암꼬 , 또 두린 양이 지가 허는 일이 뭔지도 알지 못한 채, 어느 날� 아칙이 그추룩 순진한 그 고장을 먹어버릴 수 있댄 허민, 그것이 중요헌 일이 아니라 마씸?”

가이는 놏이 뻘겅해지멍 계속 고랐다.

“만일 누게가 수천 수백만 개의 벨 중에서 단 호나 밖에 어신 유일한 고장을 사랑하고 있댄허민, 가이는 벨을 뵈려보멍 이신 것만으로도 막 행복헐 거우다. 가이는 ‘나 고장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이추룩 생각헐 거우다. 경헌디 만일 양이 그 고장을 먹어 버린 댄 허민, 그 사름신디는 벨덜이 몬딱 갑자기 꺼져 버리는 거허고 고튼 거우다! 경헌디도 그것이 중요허지 않댄 허는 말이꽈?”

가이는 더 이상 말을 계속 헐 수가 어섰다. 가이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허였다. 밤이 깊었다. 난 들고 이신 연장들을 내려놓았다. 난 망치광 볼트광 갈증이나 죽음마저도 몬딱 우습게 여겨졌다. 어떤 벨에, 어떤 혹성에, 나가 살고 이신 벨인 지구에는 위로해 주어야 헐 혼 왕자가 이섰던 것이였다! 난 가이를 껴안고 솔솔 흔들멍 가이신디 ‘느가 사랑허는 고장은 위험허지 안허다…… 느네 양에 씌울 입마개를 나가 그려 주켜…… 느네 고장한티는 갑옷을 그려주켜…… 경허고 또……’ 이추룩 고랐다. 난 무신 말을 고라사 헐지 몰랐다. 난 막 어색헌 느낌이 들었다. 난 어떵 가이를 달래주고, 어떵 가이의 모심을 되돌려야 헐지를 몰랐다…… 눈물의 나라는 촘말로 신비롭주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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