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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일제하 일본군 주둔실태 37

마감된 자료-------/숨겨졌던日戰跡地

by 자청비 2006. 12. 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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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1사단 주둔지 (28)돌오름
깊숙한 내륙에 위치한 요새


한라일보 : 2006.12.21

▲돌오름 분화구에 위치한 갱도 내부에서 밖을 바라본 모습.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오름사면·분화구 내부에 갱도 등 확인

 어느덧 탐사는 겨울로 접어들었다. 해가 바뀌어 두 번째 맞는 겨울이다. 이달 초인 지난 2일 취재팀은 눈발이 흩날리는 날씨 속에 돌오름 조사를 강행했다. 강행군에 못지않게 성과 또한 컸다.

 돌오름(안덕면 상천리 소재 · 표고 866m)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요새가 구축됐다고 알려진다. 일본군 '제58군배비개견도'에도 복곽진지의 하나로 표시돼 있다. 송악산 해안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km 정도 떨어진 깊숙한 내륙인 이곳에까지 복곽진지를 구축했을까.

 조사 결과 돌오름에는 정상부 못미친 9부 능선 지점을 중심으로 함몰 갱도들이 분포한다. 무너진 갱도흔적들은 9부 능선 라인을 따라 일정간격으로 4곳이 확인된다. 무너진 부분은 길이 12m, 폭은 5m 이상이다. 함몰 갱도 앞에는 무덤의 봉분처럼 솟아있는 둔덕이 눈길을 끈다. 다름 아닌 갱도를 만들면서 내부에서 운반해온 송이·흙 등 토사를 쌓아올린 것이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마치 '알오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꽤 크다.

▲눈이 쌓인 도로를 따라 하산하는 취재팀
 일본군은 갱도진지 구축공사를 하면서 내부의 토사 등을 입구쪽으로 내친다. 때문에 갱도가 있는 지점은 인위적인 지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취재팀은 또 돌오름 분화구 안에서 갱도 2곳을 확인했다. 갱도는 교통호가 10m 정도 길게 나 있고 입구는 북서 방향을 하고 있다. 갱도 내부는 20여m 정도다.

 또 하나의 갱도는 이곳과 30여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 곳 역시 갱도 앞은 교통호가 10m 정도 나 있다. 입구는 함몰돼 겨우 사람이 기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내부는 길이가 20여m 정도로 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돌오름에서 시선을 끈 것은 또 있다. 정상부에서부터 오름 기슭까지 도로흔적이 길게 나 있는 것이다. 도로 폭은 2m 정도로 아마도 일본군 주둔 및 군사시설 구축과 연관 있지 않나 여겨진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들은 '하치마키도로'를 건설한다. 한라산을 머리띠처럼 두른 형국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군은 그만큼 많은 군사도로망을 만들고 옥쇄작전을 준비한다.

 돌오름에는 특히 108여단 주둔지인 검은오름처럼 대규모 석축이 남아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 곳에도 갱도와 함께 석축을 쌓고 일본군이 주둔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다. 오름 일대에는 작은 개울이 많아 물을 얻기에도 용이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돌오름에서 확인된 무너진 갱도를 취재팀이 조사하는 모습

 이처럼 돌오름은 일본군이 주둔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돌오름 정상에 서면 일본군 제121사단 사령부가 주둔했던 바리메(발이악)와 포병부대가 주둔했던 다래오름이 잡힌다.

 이로 볼때 이 곳은 일본군 포병부대 주둔지로 제주 서남부 해안에서의 결전을 지원하거나, 또는 미군 등이 내륙으로 밀고 올라올 경우에 대비한 진지역할을 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포병부대라면 제58군 직할인 제12포병사령부 예하부대에 속한다. 돌오름은 제111사단 주둔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복곽진지로서 일본군 배치·주둔실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특별취재팀

 


[전문가리포트]일본군 포병 중간 지휘소 위치

 돌오름은 정상 표고 866m로 안덕면 상천리 지경이며, 북동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안덕면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북쪽정면으로는 한대오름, 왼쪽으로는 바리매·다래오름, 그 앞에는 빈내오름, 정상 남쪽으로는 녹하지, 동남쪽으로 거린사슴, 서남쪽으로 모라이악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는 안덕면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어서 가질 수 있는 일본군의 관측소 또는 지휘소 이용 가능성, 내륙 깊숙한 복곽진지대에 위치함으로써 해안결전에 임하는 일본군 결전부대의 후방지원 부대 및 무기의 배치, 석축 등에서 보이는 일본군 부대의 주둔 사실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여기에는 어떠한 부대가 어떠한 역할을 하기위해 배치되었을까? 태평양전쟁 당시 돌오름에서 가장 가까이 주둔했던 부대는 북서방면의 다래오름에 주둔했던 것으로 보이는 제12포병사령부다. 제12포병사령부는 독립야포병제6연대(한경면 고산 주둔), 독립산포병제20연대, 박격포제29대대, 야전중포병제15연대, 독립중포병제9중대 등의 예하부대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군 기밀전보문에는 이 중 독립산포병제20연대와 박격포제29대대를 돌오름 서쪽의 도너리오름에 배치토록 했다. 그러나 패전 후 일본군이 미군에게 제공한 배치도를 보면 독립산포병제20연대는 제111사단 보병제245연대와 함께 군산 북쪽(도너리오름도 군산 북측에 해당되나 거리가 많이 떨어짐), 박격포제29대대가 우보악 또는 그 북쪽 내륙지역에 각각 배치되고 있다. 이 지도에는 또 독립산포병제20연대 북쪽으로 야전중포병제15연대가 위치하고, 독립산포병제20연대와 박격포제29대대 중간의 해안변으로 제111사단 포병연대가 제1야전병원, 병마창 등과 함께 배치되어 있다. 이밖에 제111사단 예하부대로 독립박격포(구포)제23대대, 분진포제1대대 등도 있었다.

 주변 부대들을 볼 때, 우선 돌오름에는 보병보다는 포병부대가 해안의 결전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배치되었고, 그 부대는 제12포병사령부 전방에서 지휘 임무를 부여받은 중대 이상의 규모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간 지대란 점에서 중·장거리포가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조건에서 보면 돌오름 주둔 부대로 독립중포병제9중대, 야전중포병제15연대 등을 꼽을 수 있다.
<강순원/한라일보 '일제전적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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