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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로 읽는 '어린 왕자(두린 왕자)'⑮
한라일보 : 20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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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섯 번째로 초자간 벨은 열 배나 잘도 넓은 벨이었다. 그 벨에는 막 큰 책을 쓰고 이신 하르방 호나가 살고 이섰다.
“오! 탐험가 호나가 왐꾸나!” 허고 하르방은 왕자신디 이추룩 고랐다.
왕자는 책상에 안장 호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가인 잘도 긴 여행을 했던 것이다.
“는 어디서 완디?”허고 하르방이 왕자신디 물었다.
“이 두꺼운 책은 뭐시꽝? 여기서 뭐햄수광?” 허고 왕자가 하르방신디 고랐다.
“난 지리학자여” 허고 하르방이 고랐다.
“지리학자가 뭐꽝?”
“지리학자는 바당허고 강, 시에허고 산, 그리고 소막이 어디 신지 알아지는 학자주게.”
“거 촘 재미지우다 양. 이제사 알암직한 직업을 접해봠수다.” 허고 왕자가 고랐다. 경헌 후제 가이는 지리학자의 벨을 혼 번 돌아봤다. 가이는 이추룩 아꼬운 벨을 혼 번도 본 적 어섰다.
“하르방네 벨은 잘도 아꼽수다예. 바당도 있수광?”
“난 모르켜.” 허고 지리학자가 고랐다.
“그 말 촘말이꽝? 경허민 산들은 알아지쿠광?” 허고 왕자는 실망허였다.
“모르켜”허고 지리학자가 고랐다.
“경허민 시에랑 강 소막은 마씨?”
“그것도 모르켜” 허고 지리학자가 고랐다.
“경해도 하르방은 지리학자 아니우꽝?”
“기여. 경헌디 난 탐험가는 아니여게. 나헌티는 탐험가가 잘도 모잘람쪄. 지리학자는 시에랑 강과 산 경허고 바당과 잘도 큰 바당과 소막들을 세러 댕기는 사름이 아니여. 지리학자는 잘도 중요헌 사름이라부난 간세허멍 돌아댕길 수 없쪄. 서재를 떠낭은 안 되주게. 경헤도 지리학자는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만나긴 허주게. 지리학자는 탐험가들신디 요라 가지 물어보멍 가이네 기억들을 써놔 두주게. 경허고 만일 탐험가들이 기억허는 것 중에 재미진게 이시민, 지리학자는 가이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거여.”
“무사마씸?”
“무산고 허민 탐험가가 거짓말을 허민 지리책에 막 하영 변하는 것이 생겨불기 따문이여. 경허고 탐험가가 술을 마셔도 똑같으주게.”
“무사마씀?”허고 왕자가 고랐다.
“무산고 허민 술에 하영 취한 사름안티는 몬딱 두 개로 보여부난 경헌 거주게. 경허민 지리학자는 산이 호나 베끼 어신디를 두 개가 있덴 그리게 되주.”
“난 좋은 탐험가 안 됨직한 사름덜을 알고 있수다.” 허고 왕자가 고랐다.
“경헐 수가 있주게. 경해부난 탐험가의 품행이 좋음직 허댄 생각되민 가이가 발견한 것에 대허영그네 조사를 허는 거주게”
“직접 조사하러 댕겸쑤과?”
“아니여. 그건 막 복잡헌 일이여. 그 대신 탐험가신디 증거를 보이랜 허주게. 예를 들엉 탐험가가 큰 산을 초잣댄 허민, 큰 돌을 가져오랜 허주게.”
이추룩 고른 지리학자는 갑자기 막 붕개대쓰멍 왕자신디래 물었다.
“경헌디 는 그자락 먼디서 와시네이! 는 탐험가여! 느가 살고 이섰던 벨에 대허영 고라보라.”
경행게마는 지리학자는 공책을 펼쳥이네 연필을 깎았다. 지리학자들은 탐험가네들이 곧는 말을 처음에 연필로 적었다. 경헌 후제 가이네가 증거를 보이민 잉크로 적는 것이었다.
“자, 경허민 시작해 보게.” 허고 지리학자가 고랐다.
“예! 제가 살고 이신 벨은 벨반 재미는 없수다. 경허고 막 호끌락허주 마씸. 화산이 시 개 있수다. 두 개는 활화산이고, 호난 사화산이우다. 경헌디 그것이 어떵 될지 아무도 몰라 마씸.” 허고 왕자가 고랐다.
“아무도 모를 거여.” 허고 지리학자가 고랐다.
“제가 이신 벨에는 고장이 호나 있수다.”
“우린 고장은 적어두지 안헌다.” 허고 지리학자가 고랐다.
“무사마씸? 그 고장은 잘도 아까운디마씨.”
“고장은 혼때뿐이주게.”
“<혼때>뿐이랜 허는 건 무신 말이꽈?”
“지리책은 책을 몬딱 중에서도 젤로 중헌 책이여. 지리책은 경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이 어신 것이다. 산이 위치 바꿩이신건 잘도 드문 일이고, 또 바당물이 마르는 것도 잘도 드문 일이주게. 우리는 영원헌 것만을 기록햄쪄.”
“경해도 사화산은 또시 불을 뿜을 수도 있수다. 경헌디 <혼때>뿐이랜 허민 무신 말이꽈?” 허고 왕자는 곧는 말을 가로막았다.
“화산이 꺼졍 있든 불을 뿜으멍 있든 지리학자인 우리들신디는 몬딱 똑고튼 것이여. 우리신디는 중요헌 것은 산이여. 산은 안변헌다.” 허고 지리학자는 고랐다.
“경헌디 <혼때>뿐이랜 해신디 건 무신 말이꽈?” 허고 혼 번 질문헌 것은 몽니 피웡 끝꼬장 곧는 왕자는 지리학자신디 또시 물었다.
“고건 <시간이 호끔 지난민 어서질 수 이신 것> 이랜 하는 뜻이여.”
“나 고장은 가까운 장래에 어서질 위험에 처해 이신거꽈?”
“기여. 골앙 뭐 헐띠.”
왕자는 지 혼자 이추룩 생각허였다.
‘나 고장은 혼때 뿐이다. 경하고 가이신디는 시상에 맞성 지를 지킬 건 니 개의 가시밖엔 어신디! 경헌 디도 난 그 고장을 나 벨에 혼자 내부러동 왔져!‘
그추륵헌 건 가이가 초음 느낀 후회의 감정이었다. 경헤도 가이는 또시 용기를 냈다.
“나가 어디로 가시민 좋으쿠광?” 허고 왕자는 고랐다.
“지구랜 곧는 벨에 강 이시라. 그 벨은 좋댄 곧는디여…… ” 허고 지리학자는 왕자신디래 대답허였다.
경행 왕자는 지 고장을 생각하멍 거길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