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침이 두개인 시계
▶핀란드의 아침
▶핀란드 항구 입항을 앞두고 잔잔한 바다에 새털구름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핀란드항 인근 조그만 섬마다 휴양용 별장이 한두채씩 있다.
다음날 아침 핀란드에 들어와 헬싱키 시내를 한번 더 둘러본 뒤 핀란드에서 유일한 한국관에 들러 점심을 먹고 저녁시간 무렵에 서울행 핀에어에 올랐다. 7박8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이번 여행에서는 시차적응이 무척 힘들었다. 예전엔 외국에 나가도 시차적응이 안된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시차적응이 안돼 정말 힘들었다.
언제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흔치 않은 북유럽 여행이었다. 7박8일의 일정으로 3개국을 둘러본 것은 정말 주마간산(走馬看山)이었다. 현대식으로 하면 주버스간산이라고 해야 옳겠다…. 그저 걸어서 천천히 뜯어보면서 가야 제맛인데 몇 개를 제외하고는 버스로 이동하면서 버스안에서 대충대충 보고 들으니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북유럽 여행에서 우선 깨끗한 자연이 기억에 남는다. 서양의 역사를 자연파괴의 역사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북유럽은 자연보호에 굉장히 남달랐다. 스웨덴은 잘 모르겠지만 핀란드나 노르웨이의 경우 그들은 정말 풀 한 포기, 나무 한 포기 허투루 다루는 것 같지 않다. 호수에 가급적 인위적 시설을 배제하고 주위에 수백년 된 나무를 그대로 살려내 자연공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자연에는 토끼와 다람쥐, 비둘기와 청둥오리 외에 내가 잘 모르는 새들까지 한가롭게 오가고 있다. 핀란드의 사우라사리 야외민속촌에서는 다람쥐가 우리 주위에서 뱅뱅 돌며 떠나가지 않고, 우리가 움직이니까 따라오기까지 했다.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불행하게도 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인간의 손을 타서 다람쥐의 야생성이 없어져 버린 탓일까. 노르웨이 숲 속엔 야생 곰이 여전히 살고 있다. 그래서 여름에 숲속 깊은 별장에 휴양갈 땐 개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사회복지제도가 발달한 나라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모두 3만달러를 웃돌 정도로 잘 사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물가도 엄청 비쌌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 사람들은 허투루 낭비하는 습관이 없다. 옷을 물려 입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우리의 아나바다 장터와 같은 것이 굉장히 활성화 돼 있는 등 주민 개개인이 물자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이 곳 사람들은 자전거타기도 굉장히 활성화 돼 있다. 활성화 됐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그랬다. 자전거도로도 굉장히 잘 돼 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자전거도로가 따로 놓여 있다. 도로 곳곳에 자전거 거치대가 놓여 있는 것은 물론이다. 거치대엔 자전거가 수십대가 있고 그중에는 허술하게 잠겨 있는 자전거도 많아 자전거를 도둑맞는 일도 없는 듯 싶다. 60대 할머니가 장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모두 헬멧을 쓰고 있어 안전의식도 몸에 배여 있다. 이렇게 잘 사는 사람들도 근검절약이 몸에 배여 있는데 우리는….
북유럽사람들은 전통에 대한 의식이 무척 강해 보인다. 비단 북유럽만이 아니고 다른 지역 유럽을 갔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들은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살고 있다. 3~4백년전 지어진 건물도 현대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불편할 법도 할테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수오멘린나에서 봤던 한 건물은 스페인이 지어놓았던 건물의 하단을 이용해 러시아가 벽돌을 쌓아올려 다시 지었다. 우리 같으면 어떨까. 싸그리 치우고 새로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 러시아가 물자가 모자라서 그랬던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도로도 옛날 돌로 깔아놓았던 도로를 여전히 이용한다. 실제 이 길을 타보면 승차감이 엉망이다. 하지만 도로를 재포장하자는 이야기는 없다고 한다. 이밖에도 그들의 옛 것에 대한 집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심지어 핀란드 원로원광장에는 그들의 적이었던-비롯 도움을 주었다고는 하나-러시아 황제의 동상이 버젓이 서 있지 않은가. 이는 그 자체도 역사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제의 상징이었던 조선총독부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허물어버린 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우리 전통건축물이 서구와 건축양식이 다른 점도 있겠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1백년 이상된 건물가운데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 얼마나 있을까?
▶오슬로시청입구 벽에 새겨진 조각작품
마켓광장 앞에 있는 핀란드 시청은 그저 평범한 건물이었지만 스톡홀름 시청사나 오슬로 시청사는 대단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이다. 비겔란 공원은 또 어떤가. 시청사나 공원을 그렇게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대단한 문화·예술적 감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도 청사나 기타 관공서를 신축할 때 조선시대 건축물 형태로 지어보면 어떨까, 또 도시의 유명 조각가나 화가 등을 초빙해 청사 곳곳에 작품을 남기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굉장히 가정적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는 모두 가정에서 보낸다. 특히 주말이나 휴가때는 집이나 시골별장에서 집안 손질을 하는 것이 주요 일과라고 했다. 한국사회처럼 회사 업무 후에도 업무의 연장이니, 사회생활에 필수적이니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밤새도록 술 마시는 문화가 이 지역에는 전혀 없다고 한다. 애당초 상가 점포들은 대부분 오후 6시나 8시를 넘기면 대부분 닫기 때문에 집안에 있는 것 외에는 마땅히 할 일도 없다. 이같은 안내자의 말에 우리 일행(모두 남자)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이 가장 살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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