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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세상보기---------/마음대로 쓰기

by 자청비 2009. 2. 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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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비판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리영희씨는 지난 2006년 저서 발간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이성이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지성인이 할 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의 절필 선언은 물러설 때를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던 유시민씨는 정치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2002년 대선 당시 갑자기 절필을 선언했다. 공정한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후보자에 대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 전 장관은 "경기장에 반칙이 횡행하는데 한가하게 해설자 노릇만 할 수 없다"며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험난한 정치역정을 걷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씨는 1993년 모 일간지에 박정희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소재로 한 소설 '외등'을 연재하다가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최근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0대 후반의 인생파적 이유였다. 감수성만으로 세계를 말할 수 없다는 작가로서의 한계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절필 선언후 3년만에 글쓰기를 재개한 그는 "유명작가로서 사회적 기득권은 잃었지만 자유로워졌다"고 밝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정신 세계에서 사회적 지위는 굴레였던 셈이다.

 

사회적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 저항문학을 보여줬던 소설가 김정한은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지 불과 4년만인 1940년 창작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훗날 당시 상황에 대해 "일제시대 말기 일본은 조선어 교육을 철폐하고, 신문·잡지 등을 폐간하는 등 친일 문학이 아니면 행세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럴 바엔 교사직에서도 손을 떼고 문학에서도 손을 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쓰고서도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는 친일문학작가들에게 준엄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당대의 논객이나 작가들의 절필의 변은 다양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지난해 누리통신에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하는 등 한국과 세계경제 상황을 분석한 글로 누리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미네르바'-진위논란은 있지만-가 얼마전 구속, 기소됐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11월 "국가가 나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며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결국 그는 얼마 안가 수백건의 글 가운데 2~3건의 글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국가권력에 묶인 몸이 됐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온갖 파렴치한 글마저도 '표현의 자유'라고 극구 주장했던 그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이버모욕죄 등을 들먹이며 권력에 비판적인 시민논객들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들이 다시 야당이 됐을 때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뭐라고 할지 자못 궁금하다.

<2009.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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