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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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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9. 3. 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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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1990년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고 그로 인해 일본은 10여년간 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인들은 이 기간을 일컬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10년'은 거품경제 후유증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보수세력들은 지난 국민의 정부 및 참여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다. 연평균 5%의 저성장을 기록한 좌파(?)정권을 대신해 연평균 7%의 고도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당시 여당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며 정치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1년 여가 흐른 지금 현실은 어떤가.

 

최근 한국은행이 2008년 국민계정(잠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만923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처음 2만달러(2만1695달러)를 돌파한 지 1년 만에 뒷걸음질 친 것이다. 물가 등을 감안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전년비 0.8% 감소했다. 연간 실질 GNI 성장률이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8.3% 감소)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2.2% 성장에 그쳐 전년도 5.1%보다 크게 둔화됐다. 이같은 성장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6.9%) 이후 최저 수준일 뿐 아니라 1998년을 빼면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1년간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재산내역이 최근 공개됐다. 이 결과 나라를 흔드는 경제위기에도 신고대상 국회의원(291명)중 64%(186명)의 재산이 증가하는 등 유력 정치인 및 공직자의 재산은 더 늘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또 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주식을 사라'고 강조하던 때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중앙부처 기관장 대부분은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측근들 조차도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았던 셈이다.

 

보수세력들은 지난 참여정부 5년간 주야장천 경제위기를 들먹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위기가 더 악화됐는데도 꿀먹은 벙어리거나 좌파타령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빨리하면 성급하다 했고 천천히 하면 나태하다 했다. 둘 다 하면 과욕이라고 했고 하나만 하면 편협하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빨리하면 추진력이 강하다 하고 천천히 하면 신중하다고 한다. 둘 다 하면 동시에 추진한다 하고, 하나만 하면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간다고 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잃어버린 10년'은 무엇인가.


<200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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