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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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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9. 8. 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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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다면…"

 


중국 양나라 혜왕이 새와 사슴이 뛰노는 자신의 커다란 공원내 연못가에서 맹자에게 묻는다. "어진 사람(賢者)도 이런 곳에서 새와 사슴을 보고 즐거워합니까?"

맹자는 "어진 사람(賢者)이라야 이런 것을 즐길 수 있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이런 것이 있어도 즐기지 못한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영대(靈臺)'라는 싯구절을 인용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나라 문왕(文王)이 높은 영대(靈臺)도 만들고 넓은 연못도 파고 새와 사슴을 기르는 큰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자 서민들이 자식처럼 몰려와(庶民子來) 비지땀을 쏟으며 공사를 진행했다. 문왕이 쉬면서 천천히 하라고 말려보지만 서민들은 더욱 열심히 일해 며칠되지 않아 공원이 완성됐다. …'

 

여기에서 백성이라는 뜻으로 서민(庶民)이라는 말이 유래됐다고 한다. 서민들은 왜 왕의 동산을 만드는 데 그토록 열심이었을까? 그 공원은 명목상으로는 왕의 소유였지만, 백성들도 마음대로 드나들며 이용하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 성군(聖君)들은 즐거움을 서민들과 함께 나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다할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권력이나 돈도 없는, 그런 힘없는 백성을 가리키는 서민들이 언제부턴가 매우 귀하신 몸이 됐다. 정부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수시로 서민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발표한다. 국회에서 일전을 벌인 여당의원들은 최근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민생탐방에 나선다. 그러나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하다.

 

계속되는 도심재개발,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서민들은 실직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또 대기업의 위세에 눌려 중소상인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의 하소연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만다.

 

게다가 요즘 '서민'이라는 말이 난무하다보니 진짜 서민들은 용어 마저도 반감을 갖는다. 그 하나가 부자(富者)와 빈자(貧者)를 갈라놓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선 부자와 빈자의 구분이 없는 국민-일제잔재용어라고 하지만-이라는 말보다 굳이 서민을 앞세운다. 어디까지가 서민이고 어디부터 아닌지 개념도 분명치 않다. 일전에 어느 검찰총장 후보자는 "자신은 서민"이라고 말해 진짜 서민들의 조소를 자아냈다. 나라의 살림살이와 관계없이 서민경제만 따로 떼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년 예산안을 신청하면서 기초생활급여 대상자를 올해보다 7천명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진정성이 없이 말로만 하는 서민대책은 중요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관심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2009.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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