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국화에는 매화ㆍ난초ㆍ국화ㆍ대나무를 소재로 하여 수묵으로 그린 사군자(四君子)라는 그림이 유난히 많습니다. 이는 수많은 식물들 중에서도 이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의미가 남다르며, 그 생태적 특성이 모두 고결한 선비의 인품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매화는 눈 속에서 맑은 향기와 함께 봄을 제일 먼저 알리고, 난초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며, 국화는 늦가을 찬서리를 맞으면서 깨끗한 꽃을 피우고, 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푸른잎을 계속 유지하는 등입니다.
이 사군자는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수없이 등장하는 선비의 벗이고 목표였습니다. 지금이야 꽃 가운데서 일시에 폈다가 일시에 지고 마는 벚꽃놀이에 푹 빠진 사람들 천지이지만 예전 우리 겨레에게 벚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데도 정체성이 있다면 지나칠까요?
(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09. 가짜일지도 모를 중국의 명차 ‘보이차’ (2005/05/04)
몇 년 전부터 중국의 명차인 ‘보이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시쐉빤나(西雙版納), 시마오(思茅) 등지에서 생산되는 중국의 명차(名茶)인데 이 이름은 보이현에서 모아 출하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이차는 만들 때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비싼 차가 되며, 보통 20년 이상이면 최고품으로 칩니다. 또 보이차는 가공한 다음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후발효차(後醱酵茶)로 홍차와 비슷한 색을 띱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보이차가 만든 때를 위조한 것이거나 원래의 가공방법(건창발효;乾倉醱酵)이 아닌 3~7일간 강제로 발효시키는 ‘습창발효濕倉醱酵)’로 만든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 전통차는 비싸봐야 15만원인데도 외면하면서 가짜일지도 모르는 데도 100만 원이나 하는 비싼 보이차를 즐기는 것은 문화사대주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