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에 이름이 한자로만 적히던 시절, 내 주민등록증에는 오랫동안 가운데 이름이 ‘鳳’(봉)자가 아닌 ‘風’(풍) 자가 적혀 있었다. ‘鳳’ 자를 어느 유식한(?) 동사무소 직원이 ‘几’ 속에 ‘又’를 써야하는 약자를 획이 하나 없는 ‘X’ 자를 썼기 때문에 ‘風’의 약자(간체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이봉원 운영위원장은 한자이름이지만 한자를 떼버리겠다고 생각하고, <李鳳遠>이 아닌 <이봉원>으로 해달라고 법원에 개명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았습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사회생활 그것도 창작생활을 오래 해왔기에 전혀 다른 이름으로 바꾸면 남에게 다소 혼란을 줄 수가 있고, 또 이것저것 다 고치려면 매우 번거롭기도 할 것이기 때문에 한말글(한글과 한국말) 이름으로 바꾸는 대신에 쓰고 있던 한자이름에서 한자만 떼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 것이지요.
(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65. 운동경기 응원할 때 파이팅 대신 “아리아리”를 (2004/08/17)
어제 밤 이원희 선수가 금메달 따는 장면을 신나게 보았습니다. 우리는 운동경기 때 보통 “파이팅(fighting)”이라며 응원합니다. 하지만 이 “파이팅”은 잘못된 영어라고 최용기 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은 지적합니다. “파이팅”은 호전적인 뜻으로 ‘싸우자’ ‘맞장 뜨자’는 정도의 뜻이고, 영어권에서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속하자’는 뜻인 속어 ‘키프 잇 업’(keep it up)을 쓴다며, ‘파이팅’은 출처가 모호한 가짜 영어라고 합니다. 또 이 말을 ‘화이팅’이라고 소리내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나고, 물고기 ‘대구’(whiting)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파이팅보다 아름다운 우리 토박이말 ‘힘내라, 얼씨구, 영차’ 들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또 우리말 운동가 한 분이 ‘아리아리’를 제안했는데 ‘아리랑’의 앞부분인 ‘아리아리’는 ‘여러 사람이 길을 내고 만들어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함께 쓸 좋은 말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