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유파 중에는 동초제도 있습니다. 동초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의 예능보유자였던 판소리의 명창 동초 김연수(1907∼1974)가 1930년대 초 여러 판소리 명창들의 소리 중 좋은 점만 골라 창시, 자신의 호를 따서 '동초제'라고 했습니다. 특히 동초제는 사설이 명확하여 청중이 듣기에 아주 좋다는 특징이 있지요.
올해는 그 동초 김연수 선생이 태어나신 지 100돌이 되는 해입니다. 그 해를 맞아 지난 5월 3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김연수를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오정숙 선생이 김성예 등 제자들과 함께 춘향가를 완창했습니다. 73살의 많은 나이에도 마지막일지 모르는 무대에서 스승에게서 배운 동초제를 혼신을 다해 소리를 해서 큰 손뼉을 받았습니다. 오는 11월에는 김성예의 무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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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662. 곰보, 검버섯까지 죽기살기로 그린 조선의 초상화 (2006/04/25)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보면 세밀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조 때 문신인 이채의 초상이 그걸 잘 보여줍니다. 먼저 눈매를 보면 홍채까지 정밀하게 묘사되어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며, 왼쪽 눈썹 아래에는 노인성 검버섯이 선명하게 보이고, 눈꼬리 아래에는 노인성 지방종까지 드러나 있습니다. 살을 파고 나온 수염과 오방색 술띠를 한 올 한 올까지 거의 ‘죽기살기’라고 할 만큼 정확하게 그리는 사실주의의 극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주의는 심지어 영의정 체제공의 초상화에도 나타납니다. 한 나라의 최고 벼슬을 한 영의정인데도 곰보임을 감추지 않은 것입니다. 요즘 사진관에서 찍는 사진에 예쁘게 한다고 지워버리는 것들을 이때의 초상화에는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초상화에는 정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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