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4년에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적인 책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하였습니다. ‘음양오행’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인데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입니다.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합니다.
또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 즉, 더위를 피하는 피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더위에
지치기보다는 더위를 극복하는 옛 시림들의 슬기로움을 배워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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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87. 무더운 여름, 시원한 식혜 한 사발 (2005/07/21)
“이날 간식은 푹 퍼진 고구마와 살얼음 띄운 시원 달콤한 식혜 한 사발. 대접에 가득 퍼담은 밥알이 동동 뜨는 식혜와 주먹만한 고구마 한 개씩 뚝딱 해치운 아낙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꽃가루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이것은 ‘물 오른 배나무~’라는
이정구님의 글 일부입니다.
식혜는 예부터 우리 겨레가 즐겨 마셨던 음료로 조선시대의 요리서 ‘수문사설
(謏聞事說)’, ‘연세대 규곤요람’,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식혜를
만드는 엿기름은 그 속의 아밀라제 효소가 감칠맛 나게 하는 것은 물론 소화가 잘
되게 하며, 요구르트처럼 장내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또한 몸속에 맺혀
있는 멍울을 풀어주는 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옛날부터 출산 후 임산부들이 흔히
겪는 유방통 등을 다스리는 데 쓰였습니다. 가마솥 불볕더위가 한창인 지금 살얼음이
뜬 식혜 한 사발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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