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람 ·소리가 석유를 대신한다

마감된 자료-------/플래닛에있던글

by 자청비 2007. 7. 17. 09:48

본문

[과학기술로 보는 미래] 바람ㆍ소리가 석유를 대신한다
미래 에너지로 풍력ㆍ음향 주목…연 날려 전기 만들기도

캐나다의 비행선 풍력 발전기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에너지 문제와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태양 풍력 바이오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05년 한 해만 하더라도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투자한 금액이 약 380억달러에 달했을 정도다.

일단 선두주자는 유럽이다. 일찍 재생에너지 문제에 눈을 뜬 유럽은 2020년까지 1차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25%로, 2040년까지는 50%로 확대할 것을 계획 중이다.

특히 영국은 201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까지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고, 독일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공급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역시 2017년까지 휘발유 사용량의 1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연 발전기
그러나 한국은 2006년 기준으로 1차 에너지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2.27%에 머물고 있다.

이는 덴마크(14.6%) 프랑스(6.3%) 미국(4.5%) 독일(4.3%) 일본(3.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1년까지 1차 에너지 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을 세웠지만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 소리를 전기로 바꾼다

=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존 연구방향과 다른 아이디어와 기술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유타대학에서는 열을 소리로 전환시킨 후 전기를 생산하는 엔진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군용 레이더와 대학 등 온수 발전설비에서 버려지는 열이나 핵발전소 냉각탑에서 방출되는 폐기열을 전기로 전환할 수 있다.

열을 전기로 전환시키는 데 소리를 이용하는 것이 핵심 기술인데 먼저 열을 음향으로 전환시킨 다음 음향을 다시 전기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열을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주파수로 전환시킨 뒤 다시 음량(音量)을 전기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음파의 압력으로 전기 전압을 만들어 내는 원리를 적용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우리들이 듣기 싫어하는 큰 소음을 전기로 바꿀 수 있는 단계까지 연구개발이 진행된다면 미래 사회에서는 우리들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폐기열이나 소음이 재생에너지로 둔갑할 것이다. 만약 이런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큰 소음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공장 내부나 공사장도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연 날리기로 전기를 만든다

= 풍력발전 분야에서도 미래에는 지금과 다른 기술이 나오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 `마겐파워(Magenn Power)`는 최근 지상 300m에서 강풍으로 전기를 얻는 풍선 모양의 비행선 풍력 발전기를 선보였다. 이 발전기는 수십 m 높이 철탑에 커다란 풍차가 달린 기존 풍력 발전기와 달리 헬륨가스를 채운 비행선을 하늘에 띄우는 방식을 이용한다.

거센 바람에 의해 비행선이 제자리에서 돌 때 회전력을 이용해 비행선에 탑재된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한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연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 발전기 `카이트젠(Kite Wind Generator)`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에 부착된 기둥이 바람에 의해 회전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라고 한다. 이들 신개념 발전기는 아직 개선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 날리기가 예로부터 한국에서도 즐겼던 놀이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토목건축물도 재생에너지 생산

= 얼마 전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 자동차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풍력 터빈을 설치해 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평소 차량 속도 등으로 소음이 심하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고속도로 지하철 경전철 등 중앙분리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생시킨 것이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버려지는 것을 에너지로 만든 셈이다.

이런 기술을 도시형 풍력발전이라고도 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소리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과 접목한다면 조용하면서도 쾌적한 고효율 에너지 도시를 만드는 데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미래 도시에 흔하게 접목될 이런 기술은 이미 현실 세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건축설계사무소 `막스 바필드(Marks Barfield)`는 새로운 초고층 아파트 프로젝트로 `스카이하우스(Skyhouse)`를 발표했다. 3개 동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타고 오르는 상승 기류를 이용해 꽈배기 모양으로 된 풍력 발전기를 돌리게 된다. 이미 이런 아이디어를 도입해 건설 중인 건물도 있다. 현재 바레인에서 건설하고 있는 세계무역센터(BWTC) 쌍둥이 빌딩도 건물과 건물 사이에 대형 발전용 프로펠러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초 건물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한국처럼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잇따라 건설되는 여건에서는 충분히 실현 가능성 있는 계획이 될 것이다. 이렇게 에너지와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전통적인 사고를 전환시키거나 고전적인 형식을 깨는 발상 전환으로 그 잠재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류를 책임질 새로운 재생에너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청소년 중에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할 세계적인 과학자가 나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구영덕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매일경제>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