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더위가 더욱 심하온데 형체 어떠하오시니잇가. 제(弟)는 서증(暑症)으로 앓고 지내옵다가 요사이야 적이 낫사오나 더위가 너무 괴롭사오이다. 마침 주효(酒肴, 술과 안주)가 있삽기 통(通)하오니 산수 좋은 곳에 가 탁족(濯足)이나 하오면 어떠하리잇가.”
위는 ‘언간독(諺簡牘)’이라는 조선시대 한글로 편지 쓰는 법이 제시된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복날을 맞아 아우가 형에게 안부를 묻고, 술과 안주를 가지고 경치 좋은 곳에 가 탁족을 하자고 청합니다. 탁족은 언간독에도 있을 정도로 옛 사람들의 여름나기의 한 방법입니다. ‘탁족’은 언뜻 들으면 ‘발을 세탁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조선시대 점잖은 사대부들은 옷을 훌렁 벗지 못하고, 물에 발만 담그고 더위를 쫓았습니다. 여러분도 더운 여름날 혹시 탁족 한번 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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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99. 뜨거운 여름날 눈설레를 생각하다. (2005/08/02)
요즘 우리는 열대야에 잠을 못 이룹니다. 이런 더위에 한겨울의 눈설레를 생각합니다. ‘눈설레’는 눈과 함께 찬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말합니다. 몰아치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은 ‘눈보라’입니다. 소나기와 대비되는 폭설은 ‘소나기눈’ 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밤사이에 몰래 내린 눈은 ‘도둑눈’이라고 하며, 조금씩 잘게 부서져 내리는 눈은 ‘가랑비’처럼 ‘가랑눈’, 거의 한 길이나 될 만큼 엄청나게 많이 쌓인 눈은 ‘길눈’, 물기를 머금어 척척 들러붙는 눈송이는 ‘떡눈’, 얇게 내리는 눈은 ‘실눈’, 눈이 와서 덮인 뒤에 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상태의 눈은 숫총각, 숫처녀처럼 ‘숫눈’, 발자국이 겨우 날 만큼 조금 온 눈은 ‘자국눈’, 초겨울에 들어서 약간 내린 눈은 ‘풋눈’이라고 합니다. 눈도 비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름이 많습니다. 눈을 생각하며 무더운 여름을 납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 박남일,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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