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세종영릉에 가면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데 그 아래에 “세종대왕 능역 정화비”가 있습니다. 그것을 잘 읽어보면 “나라에 독특한 글자 없음을 한탄하시어”라는 부분이 보입니다. 하지만 세종임금은 독특한 글자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서 백성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것을 개탄하시어 만든
글자이지요. 그런데 세종이 잠들어 계신 영릉의 능역 정화비에 이렇게 새기다니 한심한
일입니다.
그 정화비에는 그뿐만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 분부를 내리셨다. ~ 이 뜻을 받들어”라는 글귀도 보입니다. 아무리 군사독재 시절의 작품이라 하지만 아부의 정도가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1975년”을 “一九七五년”이라고 한자를 쓴 것도 눈에 거슬립니다. 세종영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잠들어 계신 곳인데 이런 잘못이 방치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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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265. 일본에서 들여온 녹차와 다도 (2005/03/21)
요즘 참살이(웰빙)열풍에 녹차를 즐기고, 다도를 배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전통차로 아는 녹차는 일본에서 들어온 ‘야부기다종’입니다. 우리의 전통차는
천년이 넘는 동안을 우리나라의 기후와 땅에 맞는 차로 발전이 되었으며, 뿌리가
줄기보다 3~4배 깊이 내려가는 품종이고, 우리면 다갈색을 띱니다. 그렇지만 녹차는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들여왔으며, 화학비료를 많이 주어 뿌리가 짧은 대량생산에
맞는 품종이고, 우리면 연한 연두색을 띠는데 그래서 녹차라고 합니다.
또 다도는 일본에서 생긴 엄격한 모습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조선시대 차를 좋아했던
정약용 선생이나 초의선사가가 무릎 꿇고 마셨을 리는 없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차의
성인 지허스님은 “편하게 마시는 것이 다도다.”라고 하십니다. 녹차나 다도를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알고 마시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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