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는 꽃이 붉어 더욱 좋고, 살구는 누래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치로고, 마고의 향기보다 그윽하다.” 위 글은 원 나라 시인 양윤부가 고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상추에 대해 쓴 시입니다.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는 정월대보름 나물 잎에 밥을 싸서 먹는데 이것을 ‘복쌈’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는 쌈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쌈민족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입니다. 잎이 큰 상추, 곰취는 물론 깻잎, 호박잎, 배춧잎, 콩잎, 쑥갓 따위를 쌈 재료로 썼는데 최근엔 케일, 신선초, 겨자잎 같은 서양 채소로도 쌈을 싸먹습니다. 그 쌈문화의 결정판은 바로 아홉 개의 칸으로 나누어진 그릇에 제각각 개성이 다른 음식들 곧 채소류, 고기류, 버섯류, 해산물, 달걀 지단 등을 담아 내는 ‘구절판’입니다. 구절판은 오색과 오미의 어우러짐이 있는 음양오행 철학이 담긴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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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49. 하나가 아니라 다양성이 진정한 삶입니다 2005/06/13
세계화에 따라 온 지구상의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갑니다. 서양은 물론 아시아도, 아프리카도, 남미도 온통 양복과 청바지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햄버거, 피자를 먹고, 커피와 콜라를 마십니다. 그런가 하면 성냥갑처럼 하나같이 비슷한 아파트에서 살며, 심지어는 영어가 공용화되어 갑니다. 힘이 강한 미국의 문화에 점령되어 갑니다.
문화는 무엇인가요? 이렇게 하나로 통합되고, 모두가 똑 같아지는 것이 문화인가요? 아니 그것은 군사독재에서나 가능한 것입니다. 예전 군사정권 때처럼 장발 단속을 하고, 퇴폐가요라 해서 방송금지하며, 온 나라 사람들을 아침마다 불러내어 새마을체조를 하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화의 진정한 의미는 다양성입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평등입니다. 우리가 남과 다른 겨레문화를 살려야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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