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용어나 법률 용어를 보면 왜 그렇게 어려운 말을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빚을 갚다”로 쓰면 될 것을 “변제하다”라고 쓰거나 “속길”이라고 쓰면 될 것을 “이면도로”라고 씁니다. 속길이나 이면도로나 모두 마을 안 길입니다. 그런가 하면 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난 길은 “뒤안길”입니다.
또 길 이름에 “등굽잇길”, “굽돌이길”과 “에움길”도 있습니다. “등굽잇길”은 등처럼 굽은 길로 비교적 완만하게 활처럼 휘어진 길을 말하고, “굽돌이길”은 급히 돌아가는 커브길입니다. 그리고 “에움길”도 있습니다. “에움길”은 빙 둘러서 가는 길을 말합니다. 가까운 방향으로 질러가는 길이 “지름길”이라면 이와는 달리 빙 둘러서 가는 우회로를 일컬어 “에움길”이라고 하는데 “두름길”과 같은 말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둘 것은 본디 길이 없던 곳인데 많은 사람이 지나가 한 갈래로 난 길을 “통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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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545. 한복과 서양옷, 진동의 차이 2005/12/26
서양옷이나 한복이나 저고리를 보면 팔과 몸판이 붙는 곳을 진동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저고리의 어깨 선부터 겨드랑이까지의 폭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양옷의 진동과 한복의 진동은 다릅니다. 그래서 이 진동을 한복과 서양옷의 차이를 말할 때 씁니다.
서양옷은 몸쪽으로 약간 들어가게 곡선으로 팝니다. 그것은 입체재단의 방법으로 몸에 맞추는 옷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몸을 드러내기 위한 서양옷의 특징을 잘 나타냅니다. 하지만, 한복은 평면재단이라 하여 진동을 직선으로 합니다. 그러면 어깨와 가슴 사이가 넉넉하게 되어 주름이 잡힙니다. 그래서 몸을 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 몸을 감춰주는 한복의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 한복엔 주름을 없앤다 하여 서양옷처럼 몸쪽으로 판 진동을 보기도 합니다. 그건 한복의 특성을 없애버리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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