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정조의 모습을 가장 잘 담은 기록은 ≪정조실록≫의 정조 행장이라고 합니다. 그 행장(行狀)을 보면, 정조는 네 살 때부터 ≪소학(小學)≫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 날이 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빗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는 그의 지나친 독서열을 염려해 “너무 일찍 일어나지 마라.”라고 타일렀고 그다음 부터 정조는 “남이 모르게 등불을 가리고 세수했다. [每遮燈而]”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네 살 먹은 정조가 ‘등불을 가리고 세수했다.’라고 한 것은 ≪태종실록≫에서 태종이 아들 충녕대군의 건강을 염려해 책을 치우자 병풍 사이에 한 권 남았던 ≪구소수 간≫을 몰래 1,100번이나 읽었다는 대목과 비슷하지요. 이렇게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 위인이 되는가 봅니다.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께서 “엄마 손은 약손, ~ 배는 똥배”라고 하시면서 배를 쓰다듬어 주셨고, 그러면 감쪽같이 배가 나았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민간요법이 근거가 없다고도 하지만 이 ‘엄마 손은 약손’은 그 효과를 현대 의학에서도 인정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위나 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배 부위를 둥글게 마사지하면 내장이 자극돼 장운동이 활발해져 자연스럽게 장이 좋아지면서 아픔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배가 아픈 까닭 중 많은 경우는 찬 음식을 많이 먹고, 장이 차가워져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때문입니다. 이럴 때 손으로 배를 쓰다듬는 것은 배를 따뜻하게 해 소화를 돕습니다. 또 의학자들은 이 ‘엄마 손은 약손’이 플라시보 효과(심리적 약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면서 그에 대한 기대심리로 병을 낫게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