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청(海東靑, 조선 푸른매)은 천하의 좋은 매이지만 새벽을 알리는 일을 맡게 한다면 늙은 닭만 못하고, 한혈구(汗血駒, 천리마)는 천하의 좋은 말이지만 쥐를 잡게 한다면 늙은 고양이만 못할 것입니다. 하물며 닭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겠으며, 고양이로 수레를 끌 수 있겠습니까.(海東靑 使之司晨 則曾老鷄之不若矣 汗血駒 使之捕鼠 則曾老猫之不若矣)”
위 글은 ≪토정비결≫을 쓴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이 포천 군수로 있을 때에 “만언소(萬言疏)”를 올렸는데, 그 중 “사람을 쓰는 데에는 반드시 그 재주대로 하여야 한다.”라는 조목에 나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사람을 쓸 때는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는 뜻이겠지만 더불어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분명히 그 사람만 가진 특성이 있고 쓰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한번 생각해볼 이야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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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615. 조선시대 임금들, 조와 종은 어떻게 나뉘었을까? 2006/03/08
우리는 예전 공부할 때 조선의 임금들을 “태정태세문단세...”하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그 조선 27대 임금들 중 태조,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만이 ‘조’가 붙고 나머지 임금은 ‘종’이 붙었습니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요? 이를 엄밀히 나누기는 어렵지만 나라를 세우거나 반정을 통해서 임금이 되었거나, 큰 국난을 극복하였거나 하는 임금에게만 ‘조’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조’같은 임금이 ‘조’가 붙은 대신 조선 최고의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이 ‘조’가 붙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입니다. 즉 “‘조’와 ‘종’의 나눔은 어정쩡한 것이다.” 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조의 경우 원래의 묘호는 "정종"이었지만 고종
때 "종조"로 바꾼 것입니다. ‘조’와 ‘종’ 외에 반정으로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은
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군’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광해군은 개혁정치를 실천한
임금이었지만 패자가 부정되는 역사처럼 철저히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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