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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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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8. 11. 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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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입동, 홍시 하나 남겨두는 조선의 마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008. 11. 07.
 
 

“공주산의 밀초는 맑고 투명해서 전국에 이름 높았다.
그 투명한 밀초로 불을 밝혔는데, 정작 불빛은 환하지 않았다.
깨끗한 기름을 써서 정밀한 솜씨로 만들었지만, 나쁜 심지를
쓰는 바람에 모든 공이 빛을 바래고 말았다. 다 좋았는데 심지가
올바로 박히지 않았던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훌륭한
교육을 받고 남들이 부러워할 자태를 지녔다 해도 마음이 올바로
박히지 않으면 지닌바 물질이나 지위로 인해 사회의 좀이 되고,
남에게 해악을 끼친다. 아무 짝에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다. 심지가 옳게 박혀야 한다.” 조선시대의 학자
홍길주(洪吉周)의 글에 있는 말입니다.
요즘 그럴듯한 지도자 혹은 지식인 중에 심지가 좋지 못하여
사회의 좀이 되고,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가
나빠 불이 밝지 못하면 초 자체가 버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이 즈음의 정경을
      이야기하며. 까치를 위해 남겨둔 홍시 하나가 “조선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무서리 내리고, 마당가의 감나무 끝엔 까치밥 몇 개만 남아 호올로 외로운 때가
      입동이지요. 입동은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인데 이 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선다(立)'
      라는 뜻에서 입동이라 부릅니다.

 

      조선시대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향촌의 자치규약인 향약(鄕約)을
      보면 봄가을로 양로잔치를 베풀었는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섣달 그믐날
      밤에 나이가 드신 노인들에게는 “치계미(雉鷄米)”라 하여 선물을 드리는 관례가
      보편화해 있었습니다. 논밭 한 뙈기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도 한 해에 한 번은
      마을 노인들을 위해 기꺼이 금품을 내놓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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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34. “시내 남쪽에 달 걸렸네요” 2004/11/09

          

      조선의 큰 문학자 송강 정철은 다음과 같이 <한밤중 산 속의 절에서(山寺夜吟)>라는
      노래를 합니다. “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蕭蕭落木聲) /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錯認爲疎雨) / 스님 불러 문 나가서 보라 했더니(呼僧出門看) /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月掛溪南樹)"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여 동자승에게 나가보라고 했는데 밖에 나가본
      동자승은 “시내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렸네요.”라고 대답합니다. 동자승의 말이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 갑니다. 아니 벌써 입동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섭니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가 들립니까? 바쁜 세월을 살고 있지만 붉게
      물든 산세도 돌아보고, 고통 속에 떠는 주변도 돌아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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