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바지는 허리둘레의 치수를 1인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게 옷을 마릅니다. 이 정확한 치수 개념이 오늘날의 과학을 이루어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의 허리는 언제나 같은 치수일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었을 때와 굶었을 때가 다르고, 건강할 때와 병이 들었을 때가 다르지요. 그것은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물과 다르게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복바지는 생명체에 걸맞게 아예 넉넉하게 마름질합니다. 허리를 끈으로 처리하여 몸이 불면 덜 조이고, 몸이 마르면 더 조여 입도록 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넉넉한 허리로 나와 이웃이 같이 입을 수도 있으며, 사람을 감싸주는 옷으로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또 서양옷은 형태가 있어서 벗으면 옷걸이에 걸어 놓지만 한복은 걸지 않고 개켜둡니다. 그래서 서양옷 마름질은 입체재단이라고 하며, 한복의 마름질은 평면재단이라고 합니다.
90년대 우리는 대학생들에게서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출정식’이란 전쟁용어 대신 ‘해오름식’이란 희망적이면서도 산뜻한 말을 내놓았습니다. 해가 떠오를 때의 그 힘차고 아름다운 그리고 가슴 벅찬 광경을 한번 연상해보세요. 또 ‘서클’이란 말을 자제하고 ‘동아리’로 바꿨습니다. ‘동아리’는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를 뜻합니다. 또 흔히 쓰던 'MT(membership training)'란 영어 대신 '모꼬지'란 말을 썼지요.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는 잘못된 현상이 생깁니다. MT와 출정식을 다시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역사는 앞으로 나가야지 뒤로 물러서서믐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토박이말을 찾아 쓰는 노력이 바로 작지만 애국임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