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시아를 무찌른 만능약 정로환<征露丸>
배탈, 설사하면 떠오르는 약으로 “정로환”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약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먼저 약 이름 정로환<征露丸>을 보자.
정: 정복할 정 (征) 로: 지금 러시아는 한자로 예전에 로서아(露西亞)로 표기 환: 환약 즉 둥글게 만든다는 뜻 (丸)
이 약은 일본제국주의가 한창 팽창하던 1905년 만주에 파병한 젊은 병사들이 죽어나가자 명치정부는 곧바로 원인 조사에 착수하게 되는데 조사결과 만주의 나쁜 수질 곧 물갈이로 인해 설사병이 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명치왕은 ‘배탈 설사를 멈추게 할 좋은 약을 만들라’고 명령하게 되는데 명령을 받은 제약사들은 경쟁적으로 수천 가지의 약을 만들게 되었고 그 중 다이코 신약에서 만든 약이 가장 뛰어났다. 이것이 바로 정로환(征露丸)이다. 그 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일본은 배탈 설사에 잘 듣는 정로환을 가르켜 “러시아를 무찌른 만능약”으로 선전하여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약이 된 것이다.
이것을 국내 제약회사가 이름 그대로 들여와 팔고 있다. 정복할 정자의 정로환은 그 후 바를 정“正”자로 바뀌는데 이유는 “국제적 신의상 “征 →正”으로 바꾼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뀌어도 여전히 오십보백보이다. 바를 정 자 “正露丸”은 러시아를 바르게 한다는 뜻이므로 이 역시 좋지 앉은 표현이기는 마찬가지다. 또 일부 일본의 제약회사는 여전히 정복할 정 자의 “征露丸”을 고집하는 곳도 있다.
국제적 신의를 들먹이며 정복할 정자를 바를 정자로 바꾼다는 구차한 변명을 대고 있지만 이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 <약 이름>인가? 약 이름 하나에도 이러한 <의도>를 깔아 두는 게 일본 제국주의다. 이런 것을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들여다가 여전히 정로환<正露丸>으로 애용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는 일본인데 이참에 정로환을 확 바꿔 정일환 <征日丸>쯤으로 부르면 안 될까?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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