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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쓴 한미FTA 로비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11. 1. 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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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의 대미 로비 리포트] ①헛돈 쓴 한미FTA로비
혈세 수십억원만 쏟아붓고… 공들인 'FTA 비준' 공쳤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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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대미 로비는 박동선 사건 이후 한동안 중단됐다가 2006년 미 의회의 위안부결의안 통과 추진을 기점으로 재가동됐다. 이후 매년 주미 한국대사관을 필두로 미 의회에 대한 로비를 강화해왔다. 로비스트를 활용함으로써 뚜렷한 외교적 실적도 거둬들였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미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이면서 지나치게 로비에 의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교관들이 해야 할 일들을 로비스트에게 떠넘김으로써 정상적인 외교 활동을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업무 중첩적인 계약 등으로 세금을 낭비하지 않았는지 등 로비 현황과 실효성을 짚어봤다.

 

취재 방법은 미 법무부의 외국에이전트등록법(FARA)에 따라 공개된 수임계약서 분석 및 박주선 의원실을 통한 정부자료 확보, 관계자 인터뷰 등을 기초로 했다.

 

◆청와대의 컨설팅 의뢰

 

한국 정부의 FTA 로비는 2008년 11월2일 청와대가 박형준 홍보수석(현 사회특보)의 명의로 패턴 보그스에 미국 대선 결과가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의뢰한 뒤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컨설팅 내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했을 경우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무부 상무부 농업부 재무부 국방부 등의 핵심 인물들의 역할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원과 하원의 지도부, 외무위 상무위 국방위 세출위 등 주요 상임위의 위원장 및 간사 역할에 대한 분석도 포함됐다. 1회 컨설팅 비용은 2만달러였다.

 

이어 사공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무역협회(KITA)가 패튼 보그스와 84만달러(월 7만달러)짜리 로비 계약을 했다. 기한은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1년간. 이는 한미 FTA 로비와 관련해 단일 계약건으로 비용면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패턴 보그스가 서울까지 여행경비 등 비용을 연 5만∼6만달러까지 추가로 요구할수 있는 조건이었다.

 

패턴 보그스는 2009년 9월8일 사공일 회장에게 보낸 계약서에서 로비 활동계획을 자세하게 밝혔다. 이 회사의 대표 토머스 헤일 보그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의 합의문 일부를 수정하고 싶어한다며 재협상을 하지 않고는 미 의회에서 FTA 비준안이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앞서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합의문 수정에 대한 필요성을 암시했다고 지적했다.

 

보그스는 합의문 전체를 바꾸지 않고 자동차 또는 쇠고기 문제, 노동 및 환경 이슈에 초점을 맞춰 문구를 일부 수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미 FTA의 지지자인 케빈 브래디 하원의원조차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문구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을 덧붙었다. 보그스는 이 같은 수정이 이뤄진 뒤 현대 기아 자동차가 미국에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면서 캘리포니아 등 농촌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 미국 로펌 '패턴 보그스'가 2009년 9월8일 한미 FTA 로비와 관련해 사공일 무역협회장에게 보낸 수임 계약서 일부. 패턴 보그스는 한미 FTA가 협정문의 수정 없이는 미 의회 통과가 불가능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이 같은 수정 필요성을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6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전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FARA

 
◆전략 부재의 로비 계약


한국이 지난해 여러 로펌 및 홍보회사와 계약하고 로비 활동을 벌였지만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미 의회에 상정되지 못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당초 지난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 의회의 '레임덕 세션'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재협상이 지연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거액을 퍼부어가며 로비했던 일은 쓸모없는 일이 됐다. 이는 전략 부재와 시행착오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주미 대사관은 지난해 8월25일 글러버파크그룹과 1년간 계약하면서 미 의회에 대한 로비에 나섰다. 글러버파크그룹과의 계약기간은 2010년 9월10일부터 2011년 9월9일까지이며 비용은 40만달러이다. FARA에 신고된 계약서에 따르면 글러버파크그룹은 한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 정부의 행정부 고위직 및 관리 등과 접촉하고, 홍보 컨설팅 및 미디어전략을 세워주기로 했다.

 

▶패턴 보그스가 2008년 11월2일 청와대 박형준 홍보수석에게 보낸 컨설팅 계약서 사본. 패턴 보그스는 2008년 11월4일 개최된 미 대선 결과가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자문했다. 1회 컨설팅 비용은 2만달러. 출처 FARA

 
주미 대사관은 또 의회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로비회사로 피어스 이사코비츠 & 블라록(FIB)과도 20만달러에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2010년 8월23일부터 12월 말까지였다. FIB는 공화당계 의원들을 주로 상대하는 로비회사이다.

 

대사관은 미 행정부 관리 및 의회 관계자 등과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애킨 검프 스트라우스 하우어 & 펠드'와 월 5만달러에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2010년 7월19일부터 12월 말까지이며 모두 26만8000달러가 들었다. 앞서 대사관은 애킨 검프와 2010년 5월 월 2만달러에 로비대행을 계약해 4만8000달러를 지불했다.

 

대사관은 또 한국계 로비스트 토머스 김이 설립한 로비회사 토머스 캐피털 파트너스(TCP)와도 월 4만5000달러에 계약했다. TCP가 맡은 일은 브리핑자료 배포 및 성명 배포였다. TCP는 현안과 관련해 의원 및 행정부 공무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선하고 이들에게 서한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계약기간은 2010년 1월1일부터 12월 말까지 1년간이었다. TCP는 한국무역협회와도 월 1만달러에 계약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한국과 겹치기 계약을 했다.


◆짜임새 없는 홍보전략


한국은 홍보전략 마련을 위해 여러 회사와 계약함으로써 과도한 비용 지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미 대사관은 한미 FTA 지원을 위한 온라인 및 미디어 홍보를 목적으로 '다니엘 J 에델만'과 계약했다. 한미 FTA와 관련된 풀뿌리운동을 촉진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인사 및 일반인들을 찾아내고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비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 비용이 포함됐다. 계약기간은 2010년 9월1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로 20만달러가 소요됐다.


대사관은 또 PR컨설팅 전문회사 '싱어 본진 스트래티지스(Singer Bonjean Strategis)'와도 계약했다. 홍보 컨설팅 및 언론인들과의 모임 등을 주선하는 것이 주계약조건이다. 이 회사는 정치권 움직임 및 미디어 내용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컨설팅을 했다. 계약기간은 2010년 9월10일부터 2011년 9월9일까지 1년간으로 총 지불금액은 20만달러이다.

 

이와 함께 한국정부는 미디어 및 언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프래털리 그룹과도 계약했다. 이 회사가 맡은 일은 커뮤니케이션 전략 개발 및 컨설팅, 의원 및 참모들에게 홍보자료 배포 및 주례 이메일 전송, 언론관계 관리, 언론사 논설실 접촉, 주미 한국계 단체 접촉, 행사관리, 웹사이트 개발(비용 1만2000달러) 및 내용 관리, 광고개발 등이다. 그리고 주미 한국대사관에 매달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도 포함됐다. 계약기간은 2010년 3월10일부터 12월 말까지였으며 비용은 월 2만5000달러였다.

 

◆신고 안 된 로비

 

외교통상부의 FTA정책기획과는 박주선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 한미 FTA의 이행 관련 법률자문을 받기 위해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과 1억6120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와의 계약관계는 FARA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FTA정책기획과는 또 미 의회자문을 목적으로 민주당계인 파븐 팜퍼 스트래티지스(PPS)와 1억8750만원에 로비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와의 계약 역시 FARA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미 대사관외에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캐시디 & 어소시에이츠와 미국 정부 조달 관련 컨설팅을 받고 시장정보 제공 및 정부관리 접촉을 위해 계약했다. 2010년 1년간이며 계약금액은 34만달러였다. 이 계약이 한미 FTA 로비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조사 결과 일부 계약은 올해 9월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미 의회에 한미 FTA가 상정될 경우 로비 효용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비 계약이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돼 결과적으로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한미 FTA 로비를 위해 한 해에 10개 로비회사와 계약, 40억원 가까이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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