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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문화제 10/28 항파두리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18. 10. 2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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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뜻하지 않게 이자리에 서게 됐습니다만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서 참여요청에 흔쾌히 응하였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책은 일본작가 메도루마 슌의 소설 '물방울'(문학동네刊 2012)입니다. 저는 일본작가의 이 책은 저항문화제라는 성격에 맞게 선택을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책은 일본인 작가가 아니라 오키나와인 작가가 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습니다.


우선 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전쟁에 참가했던 한 남자가 어느 날 종아리 아래가 퉁퉁 부으면서 엄지발가락에서 물이 계속 떨어지게 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물로 인해 두가지 상황이 전개됩니다. 밤마다 군인들이 나타나 말없이 그 물을 받아 마십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군인 중에는 주인공이 전장에다 버리고 도망쳤던 고향친구도 있습니다. 갈증을 호소하던 전우들, 부상당한 전우이자 고향친구를 전장에 버렸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이렇게 밤마다 전쟁의 그림자와 대면하면서 차츰 상흔을 치유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물이 효능의 경험한 사촌동생은 돈에 눈이 멀어 이 물이 생명을 솟게 하는 기적의 물이라고 하여 비싸게 팔게 되는데 사람들은 웃돈을 주어서라도 그 물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상처가 치유되는 순간 그 물을 마셨던 사람들은 문둥병에 걸린 듯 머리가 빠지고 피부가 문드러져 가자 물장사를 했던 사촌동생을 문책하기 위해 쫒아가게 되고 도망가던 사촌동생은 역시 그 자신도 흉측하게 변한 채 집단구타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 큰 줄거리입니다. 아마 주인공의 전쟁 상흔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면 이 책의 글라이맥스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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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에서 일본군과 미군간 벌어졌던 전쟁에 대한 후유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23만명이 희생당하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지만 사실상 일본 본토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4.3이 제주에서만 크게 다뤄질 뿐 전국적으로는 관심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조금 알아야 이해됩니다



먼저 오키나와의 역사를 간단히 알아보자면 원래는 유구국이라는 이름의 독립국가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인종도 일본 본토 사람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오키나와를 연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은 돌담문화가 있고 통시문화가 있는 등 제주문화와 많이 유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엔 제주도와 직 간접적으로 이런저런 교류가 많지 않았나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구국은 1600년대에 일본 덕천막부에 정벌당합니다. 일본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켜 중국과의 교류가 막히게 되자 유구국을 이용해 중국과 간접교류를 한 것이지요.


그래도 이때는 완전 흡수는 하지 않고 독립국으로서 지위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유는 직접 중국과 교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일본에 명치유신이 일어나면서 1879년 일본 오키나와현으로 편입시켜 버립니다. 그 과정은 대한제국을 합병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일본에 합병된 유구국은 그 때부터 오키나와현이 됐고 태평양전쟁말기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에 휘말리는 바람에 전후 27년동안 미국의 통치를 받아야 했고 1972년 일본에 복귀되긴 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군기지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죠.


  

그러면 잠깐 오키나와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결7호작전이라는 말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패망을 직감한 일본이 관동군 8만명을 제주에 모아 미군의 상륙전에 대비해 옥쇄작전을 펴기위해 제주를 요새화했던 작전입니다. 이런 곳이 일본 본토 6곳, 한국에 2곳이었습니다. 오키나와지역은 6호 작전이 진행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군은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오키나와 점령을 선택합니다. 이 책에 부록으로 일본과의 관계에서 본 오키나와 역사라는 부록이 있는데 여기에서 오키나와 참상(193)에 대해 잘 설명해놓았습니다. . 



그런데 여기에 써진 숫자보다 실상은 더 참혹합니다. 왜냐하면 민간인 희생자들이 미군에 의한 희생보다는 일본군에 의한 희생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미군에 협력할 것을 두려워한 일본군들이 주민들을 동굴속에 가둬놓고 미군이 진주해 들어오면 동굴속에 주민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 마부니 평화공원에 가면 기념관이 있는데 주민과 일본군이 동굴안에 함께 있는데 일본군들이 밖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감시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오키나와인들이 일본 본토사람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설 물방울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인의 통한, 그리고 일본 정부와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작품의 저변에 깔고 있습니다. 여기에 쓰인 작품의 기법은 논외로 하고 비극적인 전쟁의 상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지, 이러한 상황을 문학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고통스럽다면 잊지 말아야 할 기억마저 잊고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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