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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숲길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21. 7. 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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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노루오름을 올라갔다온 뒤 다시 자동차로 한대오름을 찾아헤메다 오름을 오르지 않더라도 이 길을 걷는게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도였지만 한낮에 걸어도 직사광선을 맞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어 이 자체로 충분한 힐링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벼르다가 오늘은 걸어서 답사에 나서기로 했다. 길을 향해서 가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비가 내린다. 하지만 퍼붓는 비가 아니라 간간이 내리는 비다. 한라산쪽은 구름에 갇혀 있다. 오래전 비내리는 사려니숲길을 걸은적이 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기 때문에 사람은 안보이고 안개속에 쌓이고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호젓한 숲길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오늘 그 경험을 다시 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길을 재촉했다.

이미 한차례 큰 비가 지나간 뒤라서 길은 온통 흙탕물로 가득했다. 서둘 일도 없는지라 조심조심 운전하면서 목적지를 향했다. 차는 안천이오름 초입을 조금 지나서 너른 공터에 차를 세웠다. 소나기에 대비해 비옷을 입고 백에도 방수팩을 씌운 뒤 즐거운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얼마 못가 강력한 소나기에 잠시 당황했다. 그리곤 뒤돌아와서 차에서 우산을 꺼냈다. 잘 정비된 임도이기 때문에 우산을 들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뭔가 쌔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전거 한대가 슉~하고 지나간다. 저 친구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라고 생각하며 이 길의 끝이 영실과 맞닿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 새 노루오름 입구에 다다랐다. 초입풍경을 담고 있자니 SUV 한 대가 올라온다. '이 날씨에 노루오름에 가려는 사람이군' 라고 생각하며 다시 천천히 나아갔다.  간간이 비는 내리면서 안개가 가득한 풍경이 원시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전달해줬다. 아마 인간이 만든 공간인 임도가 아니었으면 섣불리 이 원시적 분위기를 즐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산림자원 채취 및 보호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에 임도를 내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임도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에 고맙게 생각하는 이 모순적 생각에 양면성이라는 것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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