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법이 초등학교 교감이 여교사들에게 교장에게 받은 술을 답례로 따라주라고 한 것이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한 데 대해
여성ㆍ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재판부는 지난 26일 "교감의 언행은 교장에게서 술을 받은 여교사들이 술잔을
비우지 않고 답례로 술을 권하지 않자 `부하직원이 상사의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술을 권하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보이며 성적 의도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비롯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성명을 통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교직사회에서 직속상사인 교감이 교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것은 분명한 인권침해이며 더욱이 여교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직장의 왜곡된 뒤풀이 문화는 복합적 권력을 지닌 남성 상사에 의해
강요되는 경우가 많으며 성희롱의 판단 기준을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도 술을 답례로 따르도록 한 것이 미풍양속이라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감정적인 부분까지도 재단하려 한 재판부의 판결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감의 발언이 성희롱이었는지 여부는 발언
당시 분위기나 의도, 평상시 교감의 언행 등이 종합되어 평가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럴 능력도, 그렇게 해야 할 의무나 의지도 없다.
직장내 회식자리에서 상사에게 술한잔 권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부분을 참작해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남녀간에는 이러한 관행이 다소 예외로 인정될 부분이 많다. 여성단체들은 이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가 대작하는 경우는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흔치 않았다. 남성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남성만의 음주자리였고, 여자는 접대부로 끼어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자가 술을 따른다는 것은 기생이나 하는 짓이었고 여염집 규수나 부인은 아버지나 남편 이외에는 술을 따르지 않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었고 지금도 남녀를 불문하고 이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기생이 따라주던 술을 마시던 음주문화는 지금껏 우리 사회에 남아 있어 남성들에게는 '여성이 따라야 술맛이 난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의 음주문화는 술을 권하고 따라주는 문화이고, 자작하는 문화가 전혀 안돼 있기 때문에 남녀가 함께 하는 회식자리에서는 언제든지 이같은 문제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직장내 회식은 남녀를 떠나 상사와 부하직원으로서 상호간 술을 권하면서 조직분위기를 일신하는 기회가 되는 자리다. 여기에는 '도가 지나치지 않는 범위내에서'라는 전제가 들어간다. 그러면 '그 도는 어디까지냐' 하는 것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그것은 자리의 분위기, 참석자의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발적인 경우가 아니면 기본적으로는 이성간에는 회식자리에서도 술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이번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직장내 회식자리에서 음주문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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