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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없는 블루오션 없다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5. 8. 1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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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혁신을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자는 블루오션 전략에도 약점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균형적 사고를 해야 한다. 
  
최근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좁은 바다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붉게 변해가는 바다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경쟁이 없는 푸른 대양으로 나아가라는 블루오션 전략의 메시지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지쳐 가고 있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던져 주고 있다. 유가, 환율 여건의 악화, 내수 시장의 정체,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중국 기업의 내수 시장 진출 등을 감안하면, 경쟁이 없는 신천지에서 높은 수익을 낸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필연적인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벌써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트렌드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푸른 바다’라는 상징과 ‘경쟁이 없고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개념에 현혹된 나머지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하자’라는 주장을 할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블루오션 전략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주의’를 집중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벌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 지려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는데 빠르고 쉽게 폐기해 버리는 경향이 강한 국민들의 정서도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전략은 또 다른 하나의 패션에 불과한 것일까? 
   
블루오션 전략이란 
 
아주 넓은 푸른 바다에서 돌고래가 마음껏 뛰어 논다는 블루오션의 상상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체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블루오션 전략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사상은 바로 ‘가치 혁신’이다. 그리고 가치 혁신의 기본 철학은 경쟁자를 염두에 둔 경쟁이나 혁신을 넘어서 ‘고객으로 돌아가라’ 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고객 범주와 고객 니즈를 다시 한번 점검해서, 누가 진짜 우리의 고객인지를 냉정히 파악하고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은 과감히 혁신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축소하라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에는 추가적인 비용을 수반한다’, ‘성장에는 경쟁이 불가피하다’라는 기존의 일차원적 통념 자체도 혁신할 수 있다고 한다. 남성 전문 미용실인 블루 클럽을 통해 블루오션 전략의 사례를 살펴보자. 블루 클럽의 성공 비결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새로운 가치 제안에 있다. 기존의 미용실이나 이발소들이 실내 인테리어와 친절한 고객 서비스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 블루 클럽은 남성 고객들이 머리 감겨 주기와 같은 부가 서비스에 대해 별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 이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가격과 시간이라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별화와 더불어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자 바쁜 샐러리맨,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블루 클럽 신드롬이 일었다. 
  
왜 블루오션 전략은 어렵게 느껴지는가? 
 
이런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 어려운 혁신과 경쟁자들의 모방 
 
첫째, 혁신은 어려운 반면 모방 속도는 혁신 속도보다 빠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객중심의 가치혁신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혁신(革新)이란 ‘가죽을 벗겨 새로 손질해서 면모를 일신한다’라는 뜻이다. 이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 혁신이란 가죽을 벗기는 듯한 고통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혁신에 따르는 고통과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체계적인 혁신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혁신의 성공확률은 30%를 넘기 힘들며 고객관점에서의 가치 혁신은 일반적인 Cost Innovation과는 달리 패러다임 전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이런 산고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방하기란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MP3 Player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쇠퇴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일찌감치 MP3 Player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연구개발에 주력, 90년대 후반 빠른 상품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한국의 벤처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이 지배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던 워크맨과 CD Player라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MP3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하면서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2002년에는 한국 기업의 MP3 세계 시장 점유율이 41%에 이르렀다. 그러나 AV가전의 전통적인 강자였던 소니가 Walkman브랜드로 다양한 MP3제품을 출시하고 PC 시장에 있던 애플, DELL 또한 여기에 동참하자 한국기업의 점유율과 수익성은 많이 하락하였으며, 블루오션은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해 가고 있다. 이처럼 모방 속도는 혁신 속도보다 빠른 경우가 많고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해 가는 속도와 일치한다. 
  
●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 
 
다음으로 블루오션 전략은 높은 리스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일은 많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아무리 고객관점의 전략을 세웠다 할지라도 고객과 기업간에는 Gap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Gap이 많이 줄었다 할지라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상 많은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루오션 전략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현금 흐름의 변동 폭을 넓혀 리스크를 가중시키게 된다. 이런 변화와 리스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블루오션 전략 외에 새로운 여건에 걸맞은 사고의 전환, 역량, 시스템이 추가로 필요하다. 만약 이런 제반 여건이 모자란 상태에서 무리하게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하면 기업은 성장통(Growing Pains)에 빠지게 되고 성장이 오히려 후퇴하는 단계에 까지 이를 수 있다.  
  
● 블루오션 전략에 대한 오해 
 
블루오션 전략만으로 전략을 수립하려면 전략 수립은 무척 어려워진다. 왜 그럴까? 많은 기업들의 비즈니스는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에 걸쳐 있다. 돈을 잘 버는 새로운 사업이 있는 반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수익은 못 내지만 꾸준한 수익을 계속 내는 사업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도와 더불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의 사업들을 가치혁신 하려는 블루오션 전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비즈니스란 분, 초를 다투는 ‘현실’이고 생존은 성장에 우선하기 때문에 경영자는 여기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치 혁신은 여기에 대한 순발력 있는 답을 주지 못한다. 단지 장기적으로는 가치혁신을 통해서 블루오션으로 나가야 한다는 명제 이외에는. 여기서 블루오션 전략의 기존 전략 체계 내에서의 포지셔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레드오션에서 경쟁하는 방법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의 목적은 규모의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실제 현실에서는 블루와 레드, 이 두 오션이 모두 중요하고 그 두 전략 모두에 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블루오션 전략의 본질은 블루오션식 사고의 체계화와 더불어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균형적 사고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채 블루오션 전략 만으로 전략을 수립하려 하는 경우, 단기 경쟁 전략이 진공 상태로 남게 되고 전략은 완결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블루는 좋고 레드는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레드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전략을 골고루 수립해서 전략이 편식으로 인해 영양실조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레드오션 전략을 통한 블루오션 전략의 업그레이드 
 
앞서 살펴 본 몇 가지 난제와 오해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없는 푸른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혁신이 어렵더라도 지속하고, 모방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혁신을 하는 방법 밖에 없을까? 이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관점의 가치 혁신에 수반되는 시간, 리스크, 모방에 대처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역설적으로 레드오션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레드오션 전략이 어떻게 블루오션 전략을 도와 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 블루오션 Incubator 
 
우선 레드오션 전략은 블루오션형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수익을 잘 내지 못하는 레드오션형 사업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특징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이 실패할 경우 이를 커버해 주는 쿠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레드오션형 비즈니스가 없는 기업들은 블루오션을 만들기도 힘들지만 지키기 또한 힘들다. 비타 500으로 성장을 재점화한 광동제약의 사례를 살펴보자.  
 
광동제약은 원래 우황청심환과 쌍화탕과 같은 한방 의약품을 개발,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한방 의약품 시장에 다른 국내 제약사의 진입이 이어지고 중국산 한약재의 국내 유통이 활발해 지자 치열한 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IMF 외환 위기를 전후로 해서는 재무적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광동제약은 기존 고객을 벗어나 음료 시장의 고객에 눈을 기울여 건강 음료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처음 출시했던 ‘엔비타’라는 비타민 음료는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고객 관점에서 더 좋은 음료를 개발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 되어 2001년에 ‘비타 500’을 출시함으로써 비타민 음료 시장이라는 커다란 ‘오션’을 창출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비타 500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시행착오, 시장에서의 다른 반응과 같은 리스크를 우황청심환, 쌍화탕과 같은 기존 사업들이 커버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비타민 음료 사업은 기존 사업들이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되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베인’이 미국과 영국의 181개 회사의 성장 전략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강한 핵심 사업을 가진 기업의 신사업 성공 확률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확률은 3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고 한다. 즉 블루오션 전략과 같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리스크가 높은 전략의 성공은 재미있게도 이를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는 레드오션 전략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 좌우되는 것이다.  
  
● 블루오션 Protector 
 
다음으로 레드오션에서 체득한 Game Rule은 블루오션을 지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블루오션을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속적인 가치혁신을 통해 블루오션을 움직이는 타켓으로 만드는 방법(주간경제 836호, ‘블루오션을 지키는 법’ 참조)과 레드오션에 익힌 ‘기술’과 ‘근성’을 블루오션에서 발휘해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초기 단계에서 확보한 고객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Volume 게임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일찍 실현함으로써 후발자의 예봉을 꺾는 Cost Leadership전략이나, 후발자들이 보다 뛰어난 품질을 기반으로 따라 올 때는 오히려 고객 서비스나 브랜드 경쟁을 통해 경쟁의 축을 다양하게 가져 감으로써 상대방의 전략을 진부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전략 등은 가치혁신 모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레드오션’의 전략들이다.  
 
나이스가이, 바리깡 등과 같은 경쟁업체가 블루 클럽의 사업 모델을 모방하기 시작하자 블루 클럽은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저렴한 염색 서비스를 추가로 도입하였다. 하지만 이마저 모방 당하자 확보된 자원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마일리지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또한 경쟁의 축을 브랜드로 전환, TV광고까지 내보냈다. 이런 전형적인 레드오션 전략을 통해 효과적으로 자신의 블루오션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한편 레드오션에서 많은 시련을 겪고 단련된 기업들은 ‘근성’이라는 새로운 DNA가 있어 체질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은 레드오션은 물론 블루오션을 지키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는 Game의 Rule들이다. 
  
● 블루오션 Maker 
 
한편 치열한 경쟁의 결과 레드오션이 다시 블루오션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경쟁이 적고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지금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반도체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레드오션으로 받아 들여 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 이를 견딜 힘이 없거나 다른 기회를 포착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블루오션으로 옮겨 갔다. 그러자 붉디 붉었던 바다는 점차 푸른 빛을 회복하였다. 그리고 남은 기업들의 혁신이 이어지자 시장은 과점적 상태에서 안정화 되고 남이 넘보기 힘든 블루오션으로 변했다. 물론 자원이 모자란 상태에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경쟁을 지속하거나 기다리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시간과 자원이 허용된다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자를 레드오션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최후의 카드를 버려서는 안된다. 
  
기본이 충실한 기업은 어떤 바다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블루오션 전략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레드오션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 보았다. 블루오션 전략이란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1차 방정식이었던 기존 성공 방정식에 가치 혁신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넣어 2차 방정식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비록 이것이 어렵더라도 이를 풀 수 있는 기업만이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블루오션 전략과 레드오션 전략도 전략 그 자체로는 성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효과적인 실행이 있을 때, 실질적인 성과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본이 충실하고 실행에 강한 기업들은 비록 전략 방향이 일부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이를 커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도 ‘기본’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처:주간경제 제842호 김덕식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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