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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를 꿈꾸며

세상보기---------/사람 사는 세상

by 자청비 2005. 9. 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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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를 아주 싫어하던 아이였다. 수영선수인데도 바다를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내가 김진호(19. 부산체고 2년)군을 알게 된 것은 모 방송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지금은 끝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진호군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배경은 잘 알지 못하지만 영화 '말아톤'의 실제주인공 배형진군으로 인해 장애인, 특히 자폐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방송국 측이 또다른 장애극복의 성공사례로 진호군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에서 진호군은 출연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동안 싫어하거나 어려워 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겨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런 진호군이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지난 8일 주종목인 배영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종전 세계신기록 2분28초05를 3초이상 단축시킨 2분24초49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이뤄냈다. 정말 장한 일이다. 세계신기록을 내고, 금메달을 따서가 아니다. 자폐아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마라톤의 배형진군처럼 수영의 김진호군도 직접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 아닌가. 역설적으로 형진군과 진호군이 소위 뜰 수 있었던 것도 그같은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편견을 이겨냈기 때문이 아닌가. 장애인의 몸으로 편견을 이겨낸 것이 어찌 형진군과 진호군 뿐이겠는가. 지난 8일 모방송에서 나온 전신지체장애 1급인 택시기사인 이병호씨(55). 10년전 산에서 떨어져 목을 다쳐 전신마비로 집 안에서만 지내던 이씨는 5년만에 나섰던 바깥세상은 자유였다. 그래서 매일 세상을 만나기 위해 택시핸들을 잡았다. 이 씨는 하루 16시간의 힘든 택시 운전을 하고서도 쉬는 날에는 장애인 차량 봉사를 한다고 했다. 불편한 몸으로 세상에 나서기가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발이 돼주는 것이다.

  이들이 영화, TV, 신문 등을 통해 세상에 소개됐을 때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가 잠시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회는 냉대와 편견으로 가득찬 예전으로 돌아간다. 일전에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는 장애인학교가 들어서게 되자 땅값이 내려간다고 시위를 하고 결사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취소된 적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형진군과 진호군의 어머니가 그렇듯이, 이씨의 아내가 그렇듯이 장애아 아들 때문에, 장애인이 되버린 남편 때문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다. 더구나 선천적이거나 어릴 적부터 장애를 겪을 경우 그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는 경우도 많다. 배형진군의 어머니가 실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를 향한 엄마의 극성은 '심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될 듯도 했다.

  장애는 개인과 가족만 짊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장애인에 대한 냉대와 편견, 무관심과 외면이 우리 사회를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 것이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우리가 안 보고 안 듣는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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