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통킹만 사건은 국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사실이 美 언론에 공개됐다. 1964년 발생한 통킹만 사건의 음모와 조작을 담은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가 드러난 것이다. 이 국방부 기밀문서를 누출시킨 사람은 당시 美 국방부 연구원이었던 다이엘 엘즈버그였다. 그는 비도덕적·비윤리적인 미국의 야만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 문서를 언론에 넘겼다. 엘즈버그는 국가기밀 누설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법정 공방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처음엔 난자매매라는 윤리문제에서 줄기세포 복제 진위 공방으로 확산되다가 이제는 PD수첩의 취재과정에서 비윤리성이 드러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족(蛇足)을 달면 통킹만 보도가 국익에 우선하는 진실보도의 규범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제보의 사심없는 진실성과 그에 따른 보도의 순수성 때문이었다.
취재과정의 비윤리성이 드러나면서 사그라들었지만 이번 줄기세포 논란은 언론의 진실보도냐, 국익 우선이냐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PD수첩 보도에 대해 누리꾼들이 국익을 내세우며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이러한 누리꾼들의 움직임에 대해 국익을 앞세운 독선적 애국주의, 파시즘과 전체주의의 징후, 광신적 애국주의라고 몰아부치는 이도 있다.
이러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점점 심해지는 우리 사회의 배타주의이다. 논쟁이 벌어지면 편을 갈라놓고 우리 편은 선(善)이고, 상대편은 악(惡)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서로 애국을 내세우며 상대방 공격에 열을 올린다. 인권과 윤리를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인권과 윤리는 무시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면서 한국의 생명과학기술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모색은 아예 논의조차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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