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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전적지 현장을 가다 10

마감된 자료-------/숨겨졌던日戰跡地

by 자청비 2005. 12. 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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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지낸 6박7일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쉽게 접할 수 없는 갱도(坑道) 전적지를 둘러보면서 일 제국주의자들이 얼마나 극렬하게 전쟁준비를 했는지를 새삼 느껴야 했다. 어느 시대나 전쟁은 일반백성을 피폐하게 만든다. 게다가 패전상황에서는 일반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식민지 주민들의 삶이야 오죽할 것인가. 당시 한국인들은 강제징용된 후 낯선 곳에서 추위와 배고픔, 차별대우를 견디면서 강제노역에 나서야 했고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요코스카의 사루지마요새에서 보듯이 일 제국주의자들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과 함께 전쟁준비를 시작했다. 그들은 일찌감치 지하호를 만들어 비행기 부품 등 군수품 생산을 시도했고, 항공대를 만들어 '가미가제'라는 자살특공대를 조직하고, 제국주의를 연장하기 위해 마츠시로 대본영과 돈쯔르보 지하호를 비롯한 수백개의 지하호를 만들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 제국주의가 이국땅인 만주와 남경 등지에서 보여준 만행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 일본군이 보여준 만행은 필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깨끗하게 단장된 지하호와 그 입구에 늘어뜨린 보수우익단체들의 평화기원 종이학을 보면서 그들의 뻔뻔한 이중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도 당시 전범들을 숭배한다.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공공연히 참배한다. 주변국들의 원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제의 조선인 강제연행 피해자 조사는 지금 이 시대의 마지막 과제다. 해방정국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말로는 극일을 외치면서 일본을 따라하기 바빴다. 정통성을 상실한 군사정권은 경제대국을 이유로 김-오히라 메모이후 일본에 대한 피해보상을 원천봉쇄했다. 그렇게 해방이후 60년이 지나갔다. 이제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 영원히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동안 많은 조선인 희생자가 원혼이 돼 떠돌고 있다. 당시 강제징용돼 갖가지 고초를 겪다가 해방을 맞이한 사람들도 그동안 단 한푼의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다. 당시 생존자들은 나이가 80세를 넘기고 있어 언제 한을 가슴에 품은채 숨질 지 모를 일이다. 일제 당시 강제연행당해 숨진 희생자 뿐 아니라 생존자들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억울한 사연들을 풀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국내에 남아 있는 일제 전적지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 특히 제주지역에는 일제가 파놓은 동굴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에 동굴이 많은 것은 일제가 태평양 전쟁말기 미군이 제주도를 점령하고 이곳을 근거지로 일본 남단 규슈지역에 상륙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제는 관동군중 제58군과 일본 본토의 병력 일부를 제주도로 집결시키고 본토사수를 위해 전원 옥쇄-명예로운 죽음-할 각오로 싸운다는 이른바 `결(決)7호작전'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제58군은 1945년 초부터 한라산 동서지역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치마키(鉢券) 도로를 개설해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어승생악 일대에 갱도진지와 토치카 등을 건설해 어승생악 일대를  요새화했다. 또 122사단은 애월 한림읍 일대, 111사단은 한경면과 대정읍 일대, 108여단은 구좌읍 일대, 96사단은 제주시 산천단 일대 곳곳에 갱도진지를 개설하는 등 요새를 구축해 미군의 상륙에 대비했다. 이들이 주둔했던 지역에는 군사 시설물 등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당시 모슬포 비행장의 군사시설과 오름 곳곳에 파놓은 갱도진지 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해안에도 미군함을 등을 공격하기 위한 자살특공병기, 이른바 인간어뢰라 불리는 카이텐 발진기지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런 흔적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이 해방6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라일보와 제주대탐라문화연구소가 지난 9월말부터 공동 조사에 나섰다. 이 조사가 계기가 돼 일본 전적지에 대한 탐사도 이뤄졌다. 또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 정부 일제강점하 강제연행피해진상조사위원회도 내년부터 제주지역에 대한 일제전적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라일보와 제주대탐라문화연구소의 이번 조사가 그간 왜곡돼 온 일제하의 역사적 사실들을 제대로 규명하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강제연행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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