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 2006. 05.11
조사·연구 중요자료… 보존 필요성 새신오름에서 대규모 갱도를 확인한 특별취재팀은 굽은오름에도 주목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제111사단 예하 243연대 주둔지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굽은오름(구분오름·拘奔岳·한경면 조수2리 소재·표고 96m·비고 26m)은 새신오름 서쪽 2km 남짓 거리에 있다. 굽은오름이란 이름은 ‘구부러지게 누워있는 개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데서 왔다고 한다. 조수리는 오래전부터 옹기를 굽던 마을이다. 오름 뒤쪽에 물이 있었는데 흙이 붉어서 물도 붉게 비치니까 이 동네를 ‘불그못’, 한자로는 주지동(朱池洞)이라 불렀다. 현재도 가마터가 남아있어 옹기굽던 마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오름 내부에 대규모 갱도가 구축돼 있다는 이야기다.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23일과 이달 4일, 9일 등 3차례에 걸쳐 굽은오름에 대한 탐사 및 증언채록에 나섰다.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갱도는 5곳이다. 하지만 갱도입구와 흔적은 20여 곳 정도 된다. 특히 굽은오름 탐사에서는 갱도내부 구조와 갱도의 완성된 형태를 파악하게 해주는 갱도가 확인돼 비상한 관심을 끈다.<도면 1> 이 갱도는 굽은오름 ‘암메왓’ 지경 사면에 위치한다. 지금은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지만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일본군들이 이 일대에 천막을 치고 숙영을 했다. 갱도는 수평형태로 파들어갔다. 굽은오름의 다른 갱도나 새신오름 갱도의 경우 대부분 입구부분이 가파르게 경사져 있는 것과 비교된다. 갱도의 구조는 ‘에프’(F)형으로 입구는 동쪽으로 나 있으며 총연장은 50m 길이다.
이 갱도는 입구가 폭 215cm, 높이는 무너진 상태서 115cm 정도 된다. 갱도 내부의 폭은 220cm에서 240cm 정도로 넓다. 높이 역시 230cm 정도로 높은 갱도에 속한다. 무엇보다 취재팀의 시선을 끈 것은 갱도내부 전체에 갱목 설치형태가 원형대로 뚜렷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갱목 홈은 무려 직경이 35cm, 높이는 220cm, 갱목홈 간격은 50cm에 이른다. 갱도 내부 좌우측 벽면 뿐만 아니라, 오른쪽으로 난 공간 좌우 벽면에도 남아있다. 갱목홈은 성인이 들어갈 정도로 깊고 뚜렷하다. 일본군들의 무모함과 치밀함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굽은오름 갱도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갱도를 구축하는데 소요된 목재수량, 내부 구조 등을 파악하는데 하나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갱도 내부 상황만을 보면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은 50cm 간격으로 직경 35cm에 2m 이상 되는 거대한 갱목을 설치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벽면에 세웠던 갱목 수만도 단순계산만으로 무려 3백20개나 된다.
또다른 갱도는 오름 4부 능선 쯤에 위치한다.<도면 2> 이 갱도는 총길이가 40m 규모다. 입구가 45도 정도로 가파르게 경사져 있어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갱도의 내부 폭은 120cm에서 135cm, 높이는 170cm를 보인다. 이외에도 20m 길이의 갱도 2곳이 더 확인된다. 오름 남서쪽 경작지 가장자리에서도 갱도가 확인되나 2∼3m 지점부터 쓰레기와 토사 등으로 막혀 있다. 박성린씨에 따르면 이 갱도는 원래 반대편으로 관통됐으나 경작하면서 입구가 막혔다고 한다. 또 오름 정상 부분에도 50m 깊이의 수직굴이 있었으나 자주 소가 빠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자 마을주민들이 메워버렸다고 한다.
이처럼 굽은오름에서도 많은 갱도의 실체가 확인된다. 그 이유는 이 일대가 가마오름·새신오름과 함께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제111사단 243연대의 핵심 주둔지였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이 일대에 각종 중무장 화기를 갖춘 막강한 ‘주저항진지’를 구축했던
것이다.
이 마을에서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성린씨(74·한경면 조수2리 3755번지)는 이 곳 토박이다. 해방되던 해인
1945년에는 만 12세 였다. 박씨는 굽은오름을 끼고 있는 이 마을에 일본군들이 주둔한 것은 해방되기 전 해로 기억했다. 일본군이 패전때까지
2년정도 주둔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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