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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일제하 일본군 주둔실태 14

마감된 자료-------/숨겨졌던日戰跡地

by 자청비 2006. 6. 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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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제111사단 주둔지 ⑪제243·244연대와 갱도구축
대규모 갱도 밀집… 조사·보존 시급


한라일보 : 2006년 06월 08일

▲새신오름에서 대규모 갱도가 처음 발견돼 관심을 모우고 있는 가운데 특별취재팀이 그 내부에 산재해 있는 옹기편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기갑·기마부대·포병대 등 곳곳 배치

“당국 문화재 지정 등 대책 서둘러야”


 제주 서부지역에서 대규모 갱도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주둔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보 특별취재팀의 그 동안의 탐사결과 확인된 그 생생한 현장은 섬뜩하리만치 충격으로 다가온다. 대규모 갱도는 제주 서부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태평양전쟁에서 패전을 인식한 일제는 미군의 상륙지점으로 제주 서남부해안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제주서남부 지역에 일본군 최정예부대인 제111사단 1만2천명을 배치한다. 제111사단은 중국 만주에서 이동을 시작, 1945년 5월 상순에 모슬포항 일대로 상륙한다. 사단 사령부는 해안에서 10km 정도 내륙인 원물오름·당오름 일대에 주둔했다. 그 예하에는 243·244·245연대 등 보병 3개 연대를 비롯 포병대 공병대 등이 배속됐다.

 제주에 상륙한 제111사단 예하부대는 어디에 어떻게 배치됐을까.

 ‘제58군배비개견도’ 등을 통해 당시 주둔실태를 분석해보면 제111사단 사령부 주둔지 앞쪽 도너리오름에 포병부대가 자리하고, 다시 보병부대인 243·244연대가 포진한 형태를 이룬다. 모슬포 등 서남부 해안으로 미군이 상륙하면 ‘전진거점진지’가 자리한 해안에서의 결전과 함께 내륙에 위치한 보병부대의 지원출동과 포사격이 가능하도록 배치됐다.

 이러한 주둔상황은 특별취재팀의 현장조사에서도 뒷받침 된다.

 제244연대 주둔지인 이계오름·저지오름에서는 완성도 높은 대형갱도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계오름에서는 길이가 각각 2백m와 1백m 정도에 이르는 갱도가 확인됐고, 저지오름에서도 갱도입구와 흔적 등을 볼 수 있다.

▲갱목홈이 갱도내부 전체에 뚜렷이 남아 있어 보존가치가 높은 굽은오름 갱도.
 제243연대의 주둔지는 가마오름과 새신·굽은오름 일대다. 가마오름 갱도는 총 길이가 1천6백m 정도에 이른다. 새신오름에서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대규모 갱도가 확인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새신오름 갱도는 6백여m 정도로 지난해 말 취재팀이 송악산에서 확인한 갱도 못지않게 대규모여서 놀라움이 컸다. 특히 갱도 안에 옹기편 등 많은 생활유물이 남아 있어 ‘4·3’과의 연관성이 주목됐다.

 굽은오름의 경우는 갱도의 희소성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광복 후 6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거대한 갱목홈이 갱도전체에 원형대로 남아 있어 관심이 집중됐다. 갱목홈은 직경이 35cm, 높이는 220cm, 갱목홈 간격은 50cm에 이른다. 이러한 갱도는 일본군의 갱도 구축실태와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현장이라는 점에서 시급히 보존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녹남봉에서도 60m 길이 갱도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당오름에서는 오름능선을 관통한 80m 길이 갱도와 65m 정도 되는 갱도가, 도너리오름에서도 오름능선을 관통한 갱도가 확인됐다. 원물오름에도 30m길이의 지하갱도가 발견됐다.

 대규모 갱도구축과 함께 일본군의 무기편제 등도 관심을 모은다. ‘조선군개요사’와 ‘기밀을철’ 등 군사자료와 지역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무장한 병력이 주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계오름에서 발견된 대형 갱도의 내부.
 도너리오름 일대에는 독립산포병 제20연대와 박격포제29대대 병력이 주둔했다. 이계오름에는 기마부대와 전투병이, 새신오름에는 기갑부대가 주둔했고, 실제 고산·모슬포·한림지역으로 출동하기도 했다. 가마오름 일대는 연대사령부 주둔지에 걸맞게 대규모 갱도와 함께 통신부대·병참병원·탱크 등 중무장한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또 가마오름·굽은오름 정상에는 고사포를 배치하고 실제 포사격도 이뤄졌다고 한다.

 이처럼 서부지역 제243·244연대 주둔지는 대규모 갱도가 구축된 가운데 강력한 주저항진지로서 핵심역할을 했다. 특히 가마오름·새신오름·굽은오름·이계오름 등은 갱도의 규모면에서나 집적도 면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하지만 대규모 갱도는 제주도 등 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추후 정밀 조사연구는 물론 문화재 지정 등 하루 빨리 보존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리포트]“다른 곳 비해 갱도 구축 빨라”

 제주도 서부 한경면의 가마오름·이계오름·새신오름·굽은오름 일대에는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제111사단 휘하 제243연대·제244연대 보병 병력이 주로 주둔했다. 이들 병력은 만주에 주둔했던 관동군으로서 만주에서도 갱도·보루 등 참호진지를 구축했던 경험이 풍부했다. 미군정 자료에 제111사단 휘하 3개 연대 병력이 11,779명이라고 한 것을 보건대, 이곳에는 대략 8천명 정도가 주둔했을 것이다.

 이들 오름 일대는 모두 주저항진지로서, 제주도 서쪽에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군의 공격을 주력을 다해 방어하기 위한 진지이다. 주저항진지는 보병의 항전지대와 그 후방의 주력포병 및 그 설비로 이루어진다. 각 보병연대는 기관총과 야포·속사포 등으로 중무장했다.

 제111사단은 보병연대에 734필, 포병연대에 1천9백여 필의 말이 배치되어 병력과 각종 포의 이동에 활용되었다. 무기 보유 현황을 보면, 유탄발사기 2백59개, 기관총 3백29정, 각종 포가 97문이 있었다. 4식 20㎝ 분진포는 제111사단에만 36문이 있었다. 이들 무기 중 상당수가 한경면 오름 일대에 배치되었을 것이다. 기록에는 확인되지 않지만 마을 주민들은 탱크도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1945년 4월 초부터 제96사단이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일찍 진지 구축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제주도내 여타 지역에 비해서 참호 및 진지갱도의 구축 공정이 해방 전에 완결된 곳이 많고 지금도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유적이 많다. 가마오름과 새신오름의 갱도 규모가 크며, 굽은오름의 갱목 설치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박찬식/근·현대사·한라일보 일제전적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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