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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일제하 일본군 주둔실태 20

마감된 자료-------/숨겨졌던日戰跡地

by 자청비 2006. 8. 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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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제111사단 주둔지 (15)한장동의 갱도
견고한 토치카·갱도 구축… 당시 상황 생생


한라일보 : 2006. 08.03

▲지난 7월29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 갱도를 찾은 본보 탐사팀이 갱도 내부를 돌아보고 있다./사진=특별취재팀
고산해안 상륙 미군공격 위한 기지 추정

함몰우려 제기… 보존방안 등 마련해야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 해안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한장알’이라고 불리는 바닷가다. 토치카가 구축된 대형갱도는 이 곳 수월봉 자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확인됐다. 그리 높지 않은 해안단애면에 입구가 나 있다.

 이 갱도는 입구가 원래 해안쪽으로 2곳과 현재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는 농지에 2곳 등 모두 4곳이 나 있었다. 하지만 경작지의 출구 2곳은 10여 년 전 메워버린 상태다. 지금은 해안가 쪽 입구 2곳과 나중에 사람들에 의해 구멍이 뚫려 출입이 가능해진 입구 1곳이 확인된다.

▲한장동 갱도 도면(원안은 토치카)
 갱도 내부로 들어가자 일부 구간은 흘러내리는 지하수가 무릎 위 하반신까지 차올랐다. 취재팀은 할 수 없이 장비를 갖추고 다시 갱도내부로 진입해야만 했다. 갱도 내부 폭은 2m 내외, 높이는 190cm 내외에 이른다. 입구는 모두 서남쪽인 바닷가를 향해 나 있다.

 자갈과 시멘트를 섞어 만든 토치카는 갱도 끝부분에 만들어졌다. 토치카에 이르는 갱도 양쪽에는 네개의 공간이 있다. 토치카 폭은 3m로 맨 앞은 가로 70cm, 높이 60cm 구멍이 나있다. 또 토치카 벽면에는 나무합판 조각 등이 부착된 채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지역 주민인 강공익씨(1936년 생·한경면 고산리)에 따르면 “토치카에는 포대를 설치하고 기관총 등을 배치해서 실제 사격도 이뤄졌다”고 한다. 또 “바다 위에 목표물을 띄우고 자주 사격연습을 했다”고 증언했다.

 수월봉 퇴적층을 파고 들어간 갱도 내부 양쪽 벽면에는 조명기구 등을 놓기 위한 홈이 일정한 간격으로 수십여 개 나 있다. 또 갱도벽면에는 곡괭이 자국 등이 선명하고 녹슨 못 등 철제류가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작지로 난 입구는 토사와 각종 쓰레기를 밀어넣어 막아버린 모습이 확인됐다.

 이 갱도는 수월봉 진양(震洋)특공기지와는 다른 용도로 만들어졌다. 수월봉 해안의 갱도는 해군특공부대가 주둔한 특공정기지 였다면 이 곳에는 일본 육군이 주둔하면서 갱도를 판 것으로 보인다. 이 갱도는 태평양전쟁 당시 고산 해안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공격하기 위한 ‘전진거점진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제 당시 일본군 배치도인 ‘제58군배비개견도’ 등에는 한경면 당산봉·수월봉 일대에 일본군 진지가 표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별취재팀의 확인한 갱도가 바로 제58군배비개견도에 보이는 일본군의 전진거점진지인 것이다. 이 곳에는 진지를 구축하고 실제 많은 일본군들이 주둔한 것으로 알려진다.

▲갱도 내부에서 바깥쪽 해안가를 바라본 모습.
 특별취재팀을 안내한 강공익씨는 1943년 무렵에 이 곳 갱도를 판 것으로 기억했다.

 강씨는 “7세때 굴 있는 곳에 놀러 갔었다”며 “굴 입구는 갱목으로 세웠다가 해방이 되니까 마을사람들이 뜯어다가 집 만드는데 썼다”고 말했다. 또 “수월봉 북동쪽 기슭에는 많은 일본군들이 주둔했었고 군마들도 많았다”며, “이들은 철제 구루마에 포를 장착하고 99식 소총으로 무장했다”고 회상했다. 강씨는 이어 “한장동 해안가 갱도에는 일본육군 1개 소대(소대장은 히로세 중위로 기억) 병력이 주둔했고, 이들은 가마오름에서 파견나왔다”고 증언했다.

 이로 볼때 한장동 갱도에는 일본군 최정예부대인 제111사단 소속부대가 주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갱도 위로는 해안도로가 뚫리면서 차량통행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갱도의 함몰위험 뿐만 아니라 차량사고 우려 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정밀 실태조사 및 보존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황석규 박사(제주대 사회학과)는 “해안변에서 토치카가 만들어진 갱도를 확인하기는 이곳이 처음”이라며 “보존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한라일보 전적지 탐사에 다녀와서]“대학생들아, 역사 바로잡는 주체되자”

 어두컴컴한 동굴 속, 한 발짝 나아가자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한 발짝 내딛었을 때 고여 있던 물이 장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발가락 사이로 물과 각종 이물질들이 느껴졌다. 찝찝했지만 그냥 걸었다. 일본군이 제주에 주둔해 있으면서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달 29일 나는 한라일보 특별취재팀과 일제하 갱도진지 탐사에 동행하게 됐다. 이날은 수월봉 해안가에 위치한 갱도를 탐사했다.

 일제군사시설이라고 찾아간 그곳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다고 자연 상태로 잘 보존돼 있다는 뜻이 아니라 방치돼 있었다. 특히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이것을 치우는 것도 만만찮은 일일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남아있는 몇몇 부분들은 실로 놀라웠다. 생각보다 길고 규모가 컸으며 벽은 곡괭이와 삽으로 파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난의 역사 상흔들이 남겨져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그 상처를 보듬고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있어서 다행이다. 역사가 잊혀지고 왜곡되는 것만큼 비극적인 일은 없다. 때문에 진상을 규명하고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제주도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은 앞으로 제주지역의 역사를 이끌어갈 주역이기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공부하는 것과 직접 느끼는 것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기에 탐사에 동행해 보는 것도 좋음 직하다. 또 일제전적지 분과나 연구모임을 만들어서 역사를 바로 잡는 주체가 돼야 한다. <양호근/제주대 언론홍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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