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사단 주둔지-17산방산과 화순항
산허리 관통한 갱도서
화순항 한눈에
한라일보 : 20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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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이 해식동굴을 이용, 활용했던 송악산 해안의 갱도에서 바라본 산방산 전경.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 |
산방산 일대 해안선은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일본군 많은 요새 구축
제주사회가 군사기지 문제로 연일
뜨겁다. 화순항 해군기지와 송악산 알뜨르비행장 일대의 공군전략기지 추진이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해군기지와 공군전략기지는
공교롭게도 제주 서남부 지역에 자리해 있다.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어서 둘 사이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그만큼 이 지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눈여겨 본 것은 일본제국주의도 마찬가지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배치도인
‘제58군배비개견도’를 보면 제주 서남부 일대에 병력이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산∼산방산∼월라봉∼군산은 모두 해안변에
위치한 오름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 서남부 지역의 해안변에 주저항진지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해안변에 주저항진지가 구축됐다는 것은 미군의
상륙을 초기에 저지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알뜨르비행장과 화순항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 아픈 역사의 흔적은 산방산에서도
확인된다.
산방산은 산 전체가 종모양의 ‘용암돔’(lava dome)을 이룬다. 제주 서남부 지역의 평탄한 대지 위에 위압스런
모습으로 솟아있는 거대한 화산체가 바로 산방산이다. 표고 3백95m에 비고는 3백40m쯤 된다. 산 자체의 높이만 봤을때 제주섬 3백68개
오름중 가장 높은 위치에 속한다. 그만큼 산은 가파르다.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기에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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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중허리에 일본군이 파놓은 관통형 갱도진지 입구(사진 위)와 화순항 방면의 출구
모습. | |
산방산의 가장 대표적인
갱도진지는 7부 능선 지점 쯤에 있는 갱도다. 일본군들은 산허리를 뚫어 관통형 갱도를 만들었다. 일제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산방산의 산허리를
뚫고 갱도를 만들었다는 사실 앞에 소름이 돋는다.
이 갱도는 전체 길이가 48m 정도로 조면암의 단단한 바위를 뚫고 만들어졌다.
갱도는 북북서 방향에 입구가 있으며 관통한 출구는 동동북 방향이다. 입구 폭은 2백10cm, 높이는 1백80cm, 출구는 폭이 2백40cm,
높이가 1백50cm 정도 된다. 갱도 벽면에는 착암기로 구멍을 낸 흔적이 있다.
산방산의 관통형 갱도 입구에서는 송악산을,
출구에서는 화순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최근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로 그곳이다. 지금도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해군기지 건설계획 문제가 불거졌지만 화순항은 한림항과 함께 일제 당시 서남부 지역에 군수물자를 들여오는 주요 항구중의
하나였다.
화순항을 통해 들여온 군수물자는 당오름·원물오름 등 제111사단 사령부 주둔지를 비롯 서남부 지역의 일본군 예하부대로
보내졌다. 때문에 화순항을 사수 하는 일은 주요한 임무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이런 전략적 이유로 산방산 용머리 앞의 갱도를 비롯 화순항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에 일본군들은 갱도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 일대에는 어떤 일본군부대가
주둔했을까.
단산∼산방산∼월라봉∼군산 일대에는 일본군 최정예부대인 제111사단 예하부대가 주둔한다. 가마오름과 새신오름 일대에
243·244연대가 주둔한 반면 245연대는 이곳 일대에 주둔하면서 미군의 상륙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방산과 광해악 라인에는
제111사단의 주력부대가 배치된다. 일제로서는 이 곳이 무너지면 한라산 깊숙한 복곽진지로 후퇴 최후의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 만큼
산방산·송악산 일대의 해안선은 전방의 최고 전략요충지였던 것이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일제가 주목했던 이 곳 일대에 다시 군사기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별취재팀
[전문가
리포트]가장 전투력 강한 부대 배치
1945년
7월 3일 제주도 제58군 총사령부의 우메즈(梅津) 참모부장은 제주도에 주둔한 일본군의 작전목적을 조선 제17방면군 고즈키 요시오(上月良夫)
총사령관에게 다음과 같은 보고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 있어서 작전목적은 적의 공중, 해상 기지설정 기도를 분쇄하는데 있고, 이를 위해 작전
초기에 공세를 펼쳐 적을 격멸하는 것이다.”
일본군은 미군 상륙에 가장 적합지역 또한 미군이 제주도를 장악하면 해군과 공군기지
건설의 최적지로 모슬포 알뜨르비행장과 화순항 일대를 예측하고 있었다. 따라서 제58군 사령부에 가장 강력한 정예 예하부대인 만주 관동군 출신의
제111사단을 제주도 서남부지역에 배치하고 있으며, 제111사단 중에서도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인 보병 제245연대와 증강부대들을 바로
산방산∼단산∼논오름∼월라봉∼군산 일대에 배치하고 있다.
이곳에 배치된 부대의 역할은 ‘일사필쇄의 특공에 의한 육박공격’에 두고
있다. 육박공격이란 병종을 불문하고 폭탄을 안고 몸 하나로 적에게 돌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군부대가 공중해상공격에서 빠져나와 육지로
상륙해 돌진하게 되면 인명을 무기로 특공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이 앞서 명명한 오름의 정상에 오르면 화순항에서 상륙하여 안덕
곶자왈로 들어오는 미군의 동태를 아주 지척에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전 개시와 더불어 쉽게 적을 격멸할 수 있는 지역임을 판단할 수
있게 한다. <황석규/제주대강사·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