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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일제하 일본군 주둔실태 26

마감된 자료-------/숨겨졌던日戰跡地

by 자청비 2006. 9. 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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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제111사단 주둔지 (19)논오름의 대형갱도
오름 분화구는 거대한 갱도다


한라일보 : 2006. 09.14

▲논오름 분화구 내에서 발견된 갱도 내부의 모습. 주통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는 등 구조가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갱도진지 12곳 확인 총길이 6백여m 이상

 태평양전쟁 당시 제주주둔 일본군 제111사단 제245연대의 본거지는 어디일까.

 제111사단 1만2천명의 병력은 3개 연대로 편제돼 주둔한다. 이 가운데 243연대는 가마오름, 244연대는 새신·굽은오름 일대에 주둔한 것으로 알려진다. 245연대는 어디 주둔했을까.

 1945년 7월 31일 일본군 ‘기밀작전일지’에는 군산 북측에 1개연대를 주둔시킨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군산 북측이라면 논오름이 유력하다. 논오름은 단산∼산방산∼월라봉∼군산 주저항진지 라인이 바로 후방에 위치해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논오름(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소재, 표고186m·비고 56m)에 대규모 갱도진지가 구축돼 있는 것이 본보 특별취재팀의 현장조사 결과 새롭게 밝혀졌다.

 특별취재팀은 지난달 26일 등 그동안 세차례에 걸친 논오름 조사를 통해 갱도진지 12곳을 확인했다. 갱도의 총 길이는 6백여m에 이른다. 이제까지는 갱도 4곳 정도가 알려졌으나 이보다 훨씬 대규모의 갱도가 구축돼 있어 취재팀을 놀라게 했다.

 논오름은 남동쪽으로 골짜기처럼 트인 말굽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분화구는 층을 이루면서 현재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곳의 갱도는 분화구내 위쪽에 4개가 구축돼 있다. 나머지 8개는 그 아래쪽과 정상부 능선 바깥쪽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도면
 논오름의 갱도 가운데 단연 압권은 1백60여m, 1백여m 되는 갱도<도면>다.

 이들 갱도는 주통로를 중심으로 크고작은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상당수의 병력이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어져 마치 내무반을 연상시킨다. 논오름의 갱도는 폭이 1.5m 정도에서 가장 넓은 갱도는 3.5m 정도까지, 높이는 대략 1.5m∼2.5m 정도 된다.

 논오름에서는 분화구 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연결되도록 만든 갱도진지도 확인됐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정남·정북방향으로 갱도가 뚫려 있어 관통된 것으로 보이는 갱도도 찾아냈다. 그러나 중간부분이 함몰돼 있어 취재팀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갱도내부에 물이 들어차 조사가 진전되지 못한 갱도 등 이곳은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추후 정밀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중 하나로 꼽힌다.

 논오름은 마치 분화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갱도진지를 연상시킨다. 특별취재팀이 1년여에 걸쳐 탐사하면서 찾아낸 갱도 중 집중도와 완성도, 규모면에서 매우 주목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논오름이 단순한 일본군주둔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논오름 정상부 능선에 올라서보라. 그 앞은 안덕곶자왈의 수림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다. 곶자왈 주위는 군산과 월라봉 산방산 단산이 빙 둘러서 있다. 곶자왈 사이에는 서광서리와 화순을 연결하는 도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화순항 등 제주서남부에서 바로 진입이 가능한 위치에 논오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입지가 바로 연대본부 주둔지로서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논오름 갱도 내부에서 바라본 입구 모습.

 취재팀이 만난 강문팔 옹(1932년 생·서귀포시 화순리)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곳에는 ‘일본군 중에서도 최고 강한 부대’가 주둔했다고 한다. 강 옹은 “그 부대는 만주 관동군에서 전입한 부대로 ‘영삼(0三)’부대로 불렸으며, 대장은 ‘대좌’(대령) 계급이었다”고 했다. 주둔부대가 구체적으로 거명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 곳 논오름은 사유지에 속한다. 특별취재팀이 만난 오름 주인은 이 곳을 개발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미 갱도 가운데 1곳은 내부에 조명을 끌어들이면서 왜곡·변형되고 있는 형편이다. 나머지 갱도들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훼손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곳은 여느 오름들과는 달리 접근성이 좋아 역사문화 테마코스로서 손색이 없다. 때문에 하루빨리 실태조사와 함께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근대문화유산 등록 등 보호조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별취재팀


[탐사포커스]“사유지 오름에 대규모 갱도 많다”

 제주의 3백68개 오름 중 사유지는 몇 곳이나 될까.

 제주시권의 경우 2백10개 오름 중 86곳이, 서귀포시권은 1백58개 오름 중 61곳이 사유지다. 3백68개 오름 중 1백27곳이 사유지에 속해 있다. 제주도내 전체오름 중 3분의 1 이상이 사유지라는 이야기다.

 특히 태평양전쟁 말기 대규모 갱도진지가 구축돼 있는 오름 가운데 사유지에 속한 곳이 많다.

 본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1년간 집중 조사한 제111사단 주둔지인 안덕·대정지역의 경우를 보면 군산과 금산(단산)·광해악·녹남봉·논오름·단산·도너리오름·산방산·영아리·원물오름·월라봉 등지가 사유지다. 한경면 지역의 경우에는 새신오름 이계오름 굽은오름 가마오름 등이 사유지에 속한다.

 이들 오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들이 구축한 많은 갱도진지들이 있다. 이 가운데 월라봉과 논오름, 새신·이계·굽은오름 등에는 대규모 갱도진지와 토치카 등이 있어 반드시 보존이 필요한 지역들이다.

 때문에 앞으로 보존·활용방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이 이뤄지더라도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한 개발할 수 있는 등 사유재산권 행사가 일정부분까지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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