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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살사리꽃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9.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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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한 축구 보셨나요? 시원한 경기였습니다. 특히 전반 3분쯤에 설기현 선수가 쏜살같이 힁허케 달려가 넣은 골이 참 멋있었습니다. 배구나 축구 따위의 공을 다루는 경기에서, 지체함이 없이 재빠른 동작으로 공격함. 또는 그런 공격을 '속공'이라고 합니다.
속공할 때는 공을 몰고 쏜살같이 달려가죠? "중도에서 지체하지 아니하고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을 뜻하는 우리말이 '힁허케'입니다. '한눈팔지 말고 힁허케 다녀오너라'처럼 쓰죠.
이 단어를 '휭하니'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습니다. 휭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휭하니 다녀오거라…
그러나 이 휭하니는 '힁허케'를 잘못 쓰고 있는 겁니다. 힁허케 밖으로 나가버렸다, 힁허케 다녀오거라처럼 쓰셔야 합니다.
어젯밤에 설기현 선수가 힁허케 달려들어 첫 골을 넣은 거죠.  다음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가 공을 잡자마자 상대편을 향해 힁허케 달려가 멋진 골을 넣길 빕니다. ^^*
우리말123 ^^*

 

 

가을에 피는 꽃 하면 코스모스 꽃이 생각나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라난 우리 꽃처럼 생각됩니다. 이 코스모스의 순 우리말이 '살사리'라고 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리고 살살대는 모습에서 '살사리(살살이→살사리)꽃'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분은 순 우리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분은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고도 하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살사리꽃'을 뒤져봤습니다. 그러나 매정하게도, "'코스모스(cosmos)'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네요.
http://www.korean.go.kr/uw/dispatcher/bbs/search/dictionary/dic_sear_detail.appl?att1=%EC%82%B4%EC%82%AC%EB%A6%AC%EA%BD%83&count=0&pcount=0&attr_oid=@56980|2|4&old_in=0
한마디로 잘못된 말이니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럼, 해바라기는 왜 그냥 뒀죠?  "썬플라워(sunflower)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고, 토끼풀은 "클로버(clover)의 잘못'이라고 풀어야 하지 않나요?
외래어나 한자어에 밀려 순 우리말이 없어진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국가기관,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살려 쓰고, 없는 말도 만들어내야 할 국립국어원에서 오히려 우리말을 죽이고 있는 이 꼴을 어떻게 봐야 하죠?
우리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살사리꽃'을 쓰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사리꽃이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서 쓰면 안 된다고요? 저는 국가정보원 아닌 국가정보원 할아비가 와도 저는 코스모스보다는 살사리꽃을 쓰겠습니다.
이제 곧 방송과 신문에서 살사리꽃이 활짝 핀 길을 소개하겠죠? 그러면서 '코스모스 만개'라는 꼭지를 뽑을 겁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코스모스 만개'라고 제목을 뽑지 마시고, '살사리꽃 활짝'이라고 뽑아 주세요. 만개(滿開, まんかい[망가이])가 일본말이란 것을 다 알고 계시잖아요….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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