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우리말123
요즘 하늘이 참 맑고 좋죠? 이런 좋은 날 땅만 쳐다보고 다니면 재미없잖아요. 가끔은 하늘도 쳐다보고, 눈, 코, 입 크게 벌려
자연을 듬뿍 받아들여 보세요. 내가 곧 자연이고, 자연이 곧 내가 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제가 꼭 뭐 같네요.
^^*
흔히, "무슨 고민이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이것은 말이 안 됩니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좋은데 땅을 어떻게 쳐다보죠? '쳐다보다'는 "얼굴을 들고 올려다보다."는 뜻이잖아요. 얼굴을 들고 하늘을 '쳐다본다'고
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땅을 '내려다본다'고 해야겠죠.
따라서, '이런 좋은 날 땅만 쳐다보고 다니면 재미없잖아요.'가 아니라, '이런
좋은 날 땅만 내려다보고 다니면 재미없잖아요.'가 맞습니다.
오늘도 하늘 한번 쳐다보고 일 시작하세요.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