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상님 봉분에 벌초하시느라 바쁘시죠?
1년 전입니다. 2005년 5월 말,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라는 곳에서, "유골을
모셔 두는 곳"을 '납골당'이라고 하지 말고 '봉안당'이라고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납골당(納骨堂, のうこつどう[노우고츠도우])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거든요. 하지만 산업자원부에서 권하는 봉안당은? 실은 이 봉안도 奉安(ほう-あん, [보우앙])이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제 생각에 산업자원부에서 납골당 대신 봉안당을 권하는 까닭은, 납골은 "'뼈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지만, 봉안은 받들 봉(奉) 자와
편안할 안(安) 자를 써서, "신성한 어떤 존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뜻이 있으므로, 고인을 공경하고 모신다는 뜻으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둘 다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국가기관, 그것도 대한민국 표준을 만드는 기관에서 '납골당'을 순화한답시고
'봉안당'이라고 만들었습니다. 이왕 다듬을 것, 다듬을 때 정성을 더 들여 순우리말로 다듬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민 세금으로 그런 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납골이나 봉안 모두 아직 다듬지 않았지만, 곧 다듬을 겁니다. 그렇죠? 믿어도 되죠?
저희 어머니
소원이, "나 죽기 전에 납골당에 조상님을 모시는 것"인데, 언제 기회를 봐서 '납골당'과 '봉안당', 그리고 우리말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드려야겠네요. ^^*
우리말123 ^^*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각급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이 때 대부분 의원나리들이 어떤 자료를 요구하면서,
'ooo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이라고 합니다.
내역(內譯, うちわけ[우찌와께])은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내역'이라는 단어만
봐도 일본 냄새가 확 풍기지 않나요?
좀 황당한 일은, 국립국어원에서 이 '내역'을 다듬는답시고 '명세'라고 해 놓은 겁니다.
http://www.korean.go.kr/uw/dispatcher/bbs/search/dictionary/dic_sear_detail.appl?att1=%EB%82%B4%EC%97%AD&count=1&pcount=0&attr_oid=@38122|6|4&old_in=0
근데
이 명세도 明細(めいさい[메이사이])라는 일본어거든요.
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명세의 뜻을 풀면서 "분명하고 자세함"이라고 해
놨습니다.
여기서 분명(分明, ぶんめい[붕메이])과 자세(仔細·子細, しさい[시사이])도 일본말입니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을 보면, 일본어 찌꺼기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아시겠죠?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런 일본어투 단어를 하나도 쓰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없애야할 단어기에 뭐가 일본어투 단어고 뭐가 아름답고 깨끗한 우리말인지는 알아야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할 때, 'OOO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이라고 하지 않고, 'OOO을 꼼꼼하게 챙겨서 보내주세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한자나 일본어투 단어를 쓰지 않아서 국회의원의 위신이 떨어질까요? 그럴까요? 진짜로? 참말로?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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