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점심, 저녁]
…
식당은 좋지만, 식당에 쓴 글은 엉터리더군요.
식당에는 조식, 중식, 석식이라는 일본말
투성이고,
3층 강당 앞에는,
'담배를 삼가주세요'라고 써야할 것을 '담배를 삼가해 주세요'라고 써 놓고...
'조식'은
한자말인데, '아침밥'이라고 쓰면 되고,
'중식'은 일본말인데, '점심'으로 순화해서 쓰도록 권장하고 있고,
'석식'이라는 단어는
우리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아침밥!, 점심!, 저녁!
얼마나 좋아요.
이걸 꼭, 조식, 중식, 석식이라고 써야만
공공기관의 위신이 서나요?
그런 사람들은 조상 묘를 얼마나 좋은 곳에 썼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묏자리'를 '묘자리'나 '묫자리'로
쓰고 다닐 겁니다.
(제목에 '아침밥, 점심, 저녁'이라고 썼는데요. '아침밥'을 '아침'이라고 해도 됩니다. '아침'이라는 단어의 뜻에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라는 뜻도 있고, "아침밥"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저녁'도 마찬가집니다. 이처럼 둘 다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아침밥'과 '저녁'이라고 썼습니다.)
[거시기...]
오랜만에 국회에서 웃음꽃이 피었다네요.
근데 저는 그 웃음이 오히려 씁쓸합니다.
한 국회의원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16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썩은 정치인을 봐 주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즉답을 피했고,
이에 그 국회의원이 계속해서,
“법무부 장관이 건의하면
좀 거시기한지…”라고 되물어 본회의장에 폭소가 터졌다고 하네요.
이를 받은 장관도
“거시기란 말이 그렇습니다마는 하여간 저도
거시기에 대해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해
본회의장은 웃음바다가 됐다고 하고...
웃는 게 좋긴 한데,
제가 씁쓸한
맛을 느끼는 이유는,
첫째, 그런 썩어빠진 정치인들을 봐주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국회의원이나,
그런 것도 뉴스라고 방송에
내는 기자나...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둘째, ‘거시기’라는 말을 하자 왜 웃었는지 모르겠네요.
‘거시기’는
표준말입니다.
전라도 지역에서 쓰는 사투리가 아닙니다.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입니다.
어엿한 표준말입니다. ^^*
앞에서 말한 대로 ‘거시기’가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물’을 말하는 뜻도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남자의 성기’를 말하죠.
그걸 직접 거론하기 민망하여 그 대신
‘거시기’를 쓴 것뿐입니다.
그게 굳어져서 ‘거시기’를 남자의 ‘고추’로만 생각하는 거죠.
‘거시기’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입니다.
잘 살려 써야할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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